"너무 일찍 태어난 우리 아이…재활센터 부족·병원비 탓 죄인된 기분"

[대한민국 엄마를 응원해]
■ 이른둥이 엄마의 눈물
"엄마 몸이 약해서…" 비난에 죄책감 더해
장기 발달 미숙해 합병증 위험 높은데
치료 관련 정보·인프라 턱없이 모자라
매년 3만여명 이른둥이 중 절반 가량은
의료비 연 100만원…1,000만원도 8%나
아이 클수록 정부 지원 줄어 대책 절실

지난해 11월11일 열린 이른둥이 희망찾기 미라클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 가족이 판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신생아학회


수도권에 사는 김지영(33·가명)씨의 첫 아이는 임신 6개월 만에 태어났다. 출산 진통 전에 양막이 파열돼 양수가 나오는 조기양막파수로 인한 조기 출산이었다. 병원에서는 당장 출산하지 않는다면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아들 지민(8·가명)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의 무게는 590g. 이른둥이 기준인 2.5㎏ 이하보다도 2㎏이나 가벼웠다. 지민이는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로 옮겨졌다. 여러 장기 가운데 폐의 기능이 가장 떨어졌다. 김씨도 산모였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잠을 잔 기억이 없다. 이른둥이 산모의 모유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많다는 말에 늘 아이 곁에 있었다.

지속되는 병원 생활은 김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우리 아이가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가장 무서웠던 것은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상태가 심각했던 아기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예요. 그럴 때마다 ‘우리 아이는 괜찮을 거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죠.”

결혼 생활도 파경을 맞았다. “시댁에서는 ‘네 몸이 약해 아이가 이렇게 태어났다’며 제 탓만 했어요. 심지어 남편이 저 모르게 병원 측에 ‘아이의 호흡기를 뗄 수 없느냐’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제가 믿었던 사람들이에요.”

이른둥이는 몸무게가 2.5㎏ 이하거나 임신기간 37주 미만에 출생하는 아이를 말한다. 미숙아·조산아로 불리다 이른둥이로 순화됐다. 국내에서 이른둥이는 100명 중 7명꼴로 태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태어난 이른둥이는 매해 3만여명에 이른다.

이른둥이는 장기발달이 미숙한 탓에 합병증 위험을 안고 태어난다. 지민이처럼 호흡기 감염이 가장 큰 걱정이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해 이른둥이 부모 7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6%가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을 찾거나 재입원을 했다. 이유는 호흡기 감염이 48.3%로 1위였다.

이른둥이의 건강만큼 우려를 키우는 상황은 어머니 상당수가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씨처럼 ‘나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자책감에다 주변의 비난이 더해진 결과다. 이른둥이 지원기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어머니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며 “이른둥이가 태어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고 산모마다 다양한데 산모의 건강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른둥이의 경우 퇴원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 재활치료나 외래진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른둥이 부모는 “관련 정보와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지민이는 태어난 지 7~8개월이 지나서야 입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이후 1년간 거의 매일 재활치료를 받았다.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몸이 뻣뻣해지거나 활처럼 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나마 우리 아이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재활센터는 사설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명한 곳은 치료 일정조차 잡기 어렵다고 한다. 그나마 도별로 1~2곳 정도에 불과하다. 김씨는 “심지어 부모들끼리 재활센터를 숨기기도 한다”며 “환자가 몰려 본인 아이의 진료 순서가 밀리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신생아학회 조사에서도 아이가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로 전문시설 부족(23.5%), 긴 치료 대기(15.7%) 등이 주로 꼽혔다.

외래진료도 이른둥이와 그의 부모에게 고역이다. 대구에 사는 배도희(36·가명)씨의 아들 동준이(가명)는 몸무게 1.18㎏으로 임신 30주5일 만에 태어났다. 아이의 장 상태는 심각했다. 태어나자마자 소장을 50㎝나 잘랐다. 수술 후 당분간 쓰면 안 되는 동준이의 장은 배 밖으로 꺼내졌다. 추가로 이상증세를 보인 심장과 다시 장을 뱃속으로 집어넣는 수술까지 동준이는 생후 100일이 되기도 전에 세 번의 큰 수술을 해야 했다.

“아이가 퇴원한 후에도 1주에 두 번은 외래진료가 필요했어요. 서울에 있는 병원 근처에 묵을 숙소를 따로 구할 때도 있었죠. 처음에는 친척 집에서 지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저처럼 지방에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부모가 절반 가까이 된다고 들었어요.”

배씨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아들이 더욱 걱정이었다.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지만 찾아간 병원은 난색을 표했다. 동준이는 8개 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했고 이미 큰 수술도 세 번이나 했다.

부모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신생아학회 조사에서 연평균 의료비를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정은 51.2%였다. 8.2%는 1,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의료비뿐 아니라 식비와 교육비도 부모의 몫이다. 이른둥이를 위한 기저귀·분유도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배씨는 아이가 크면서 정부 지원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지난해부터 인큐베이터에 있던 생후 28개월까지는 정부 지원을 받아요. 이 제도가 없었으면 병원비는 수천만원이 됐을 거예요. 저희 아이처럼 중증 환자는 다행히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더라고요. 일단 치료비의 10%가량만 부담하게 하는 산전특례는 만 5세까지 적용된다고 했어요.”

배씨는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가 이른둥이 부모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가다가 우리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어요. 나이를 말하면 ‘왜 그렇게 아이가 작아요?’라고 되묻죠. 조금 일찍 태어났다고 설명해요. 그런데 아이가 커서 이 질문을 받으면 어떤 마음일까요.”

이런 이유로 이른둥이 부모 사이에서는 실제 태어난 날이 아니라 교정일(당초 출산예정일)을 출생일로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 발달이 미숙한 상태로 입학할 경우 또래 아이보다 체력·체격이 뒤처져 아이의 학교생활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발육을 위해서도 필요한 대책이다. 배씨는 “이른둥이 엄마에게는 교정일이 아이가 태어난 날보다 더 중요하다. 교정일에 맞춰 아이의 발육을 지켜보는 게 발달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늦추는 일은 다른 아이와의 형평성과 행정업무 차원에서 쉽지 않다는 반론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른둥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경우도 드물다. 서초구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3월부터 서초구는 1억9,000만원을 투입해 이른둥이 가정에 발달 전문가 방문을 지원한다. 유아특수교사·물리치료사 등 아동발달 전문가가 한 달에 3~4회 방문해 발달상태를 확인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김씨는 이른둥이가 어느 가정에서나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활센터에서 한 번 치료를 받을 때 아이가 느끼는 고통은 성인이 단숨에 윗몸일으키기 100번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아이는 늘 울었고 ‘지금 힘들지만 이래야 나을 수 있어’밖에 해줄 말이 없었어요. 저도 결혼하기 전에는 이른둥이는 TV 다큐멘터리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누구나 이른둥이를 낳을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을 느끼는 임산부는 꼭 병원을 찾으셔야 해요.”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