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 오후 열린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사개특위 활동기한 연장의 건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28일 본회의를 열면서 84일 만에 ‘식물국회’를 간신히 탈피했다. 이는 여야 3당 교섭단체가 ‘원 포인트’ 본회의 개최에 합의하고 자유한국당이 ‘조건 없는 상임위원회 복귀’를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으로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지 59일 만이다.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여야가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데다 그동안 금 간 신뢰가 다시 봉합되기까지 시일도 걸릴 수 있어 앞으로도 승자 없는 대결정치만 되풀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6월30일에서 8월31일로 2개월 연장했다. 정개특위에서 한국당 위원을 1명 늘려 더불어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19명으로 특위를 구성하는 구성 변경의 건도 함께 가결됐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에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을 선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에도 각각 전혜숙 민주당 의원, 인재근 민주당 의원을 뽑았다. 다만 한국당 몫인 국토교통·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원장도 이날 교체해야 하지만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을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이 유보되면서 함께 연기됐다.
나경원(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본회의 관련 원포인트 합의문 발표를 마친 뒤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가 사실상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배경에는 앞서 벌어진 패스트트랙 사태와 같은 극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당을 뺀 여야 정개특위 위원들이 ‘특위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활동 시한 전에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한 부분도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오는 30일까지인 사개특위·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두고 ‘치킨게임’ 식 대치만 이어온 민주당·한국당이 결국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타협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외 투쟁에 몰두해온 한국당 내에서 원내 투쟁의 필요성이 거론된 점도 한국당의 조건 없는 상임위 복귀를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가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여야 간 분열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한국당이 여전히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터라 언제든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개특위·사개특위 활동 시한만 연장했을 뿐 여야 교섭단체 3당이 합의한 특위 위원장 선임·위원 구성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특위 위원장은 교섭단체가
맡되 의석수 순위에 따라 1개씩 맡는다’고 합의했으나 정작 교섭단체 3당 가운데 어디서 맡을지를 정하지 못해 이를 두고도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수 있다. 정의당·민주평화당 등이 반발할 수 있어 각 특위에 배정된 비교섭 단체 위원 몫을 어떻게 배분할지도 난제다. 특위 위원장을 선임하더라도 또다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인정하느냐를 두고 여야 4당, 한국당 사이에 격한 대립이 벌어질 수 있다.
한 정치계 관계자는 “위원장 선임, 패스트트랙 지정 인정 여부는 물론 현재 특위에 올라온 법안을 그대로 법사위에 넘길 것이냐는 부분까지 여야 충돌지점이 많다”며 “사실상 국회가 정상화된 게 오히려 앞으로 국회 내 여야 사이 무한 대립 정치만 이어지게 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