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커피값 줄여 주식에 장기 투자…라이프스타일 혁신적 변화 필요"

[고수에게 듣는다-존리 메리츠자산운용 CEO]
 '부자'란 무소득에도 소비 수준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은퇴시점 고려 미리 얼마 모을지 금융플랜 세워야
  사교육은 부모·자녀 모두 가난·불행하게 만들어
  바이오·배터리 등 경쟁력 있는 기업 많아 노려볼만


존 리(사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요즘도 한결같이 ‘주식 전도’에 열심이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 사람들은 소득 없는 은퇴에 무방비 상태이니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하루빨리 은퇴준비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가 권하는 은퇴 준비 수단은 장기 주식투자다. 특히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교육을 끊고 주식 투자 교육을 어릴 적부터 시키는 것이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차를 팔아라, 커피 사 마실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라”는 그의 메시지 일부를 기억하지만 실은 “미래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 게 존 리 대표가 주장하는 핵심이다.

그는 여전히 다양한 주식투자 강연에 강연자로 나서고 있다. 요청이 오는 곳이면 학교, 문화센터 등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그만큼 한국사람들의 금융문맹과 노후준비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구독자가 1만4,000명을 넘어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존리 라이프스타일 주식’에도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존 리 대표는 “부자가 되는 길이 있고 가난해지는 길이 있는데,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과 자신들이 가난해지는 길로 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동차를 팔라거나 사교육을 끊으라고 하는 메시지가 과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그로 인한 자살률도 높다. 그런데도 미리 액션을 취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은퇴 후 빈곤에 대해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90살까지 산다고 할 때 13억~15억원 정도는 현찰을 갖고 있어야 ‘부자’로 살 수 있다. 부자가 다른 게 아니다.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은퇴 후 소득이 없을 때도 유지할 수 있다면 부자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선 자신의 은퇴 시점을 고려해 미리 플랜을 짜야 한다. 예컨대 60살이 됐을 때 15억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모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매년 얼마를 모아야 할지 계산이 나올 것이다. 이에 맞춰 줄일 수 있는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자동차는 한 달에 할부, 기름값, 보험료, 세금을 따지면 적어도 80만원은 든다. 술도 필요하면 줄여야 한다.


-특히 사교육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사교육비 지출은 부모와 자녀가 모두 불행해지는 실이다. 아이를 부자로 만들고 싶으면 사교육을 끊고 금융을 가르쳐야 한다. 사교육에 막대한 돈을 쓴다고 부모가 은퇴준비를 제대로 못한다면 아이가 나중에 이런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사교육은 일종의 전염병 같다. 남이 하니까 내 아이도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교육비를 쏟아 부어도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성적이 안 나온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대신 주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융 문맹국이다. 돈을 죄악시하는 사회문화속에서 어릴 때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될 때까지도 제대로 금융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그렇게 씀씀이를 줄여서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하루에 만 원씩 아껴 은퇴 시점까지 투자한다면 막대한 금액이 될 수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에서는 핸드폰으로 하루에 1만원씩 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펀드 직판 시스템도 만들어 놨다. 장기투자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판매 수수료를 줄이고 운용보수도 낮춰 보수는 연 1% 미만이다. 자신을 칭찬하고 싶을 때 물건을 사기보다 주식을 사길 권한다. 연금펀드는 소득공제 한도까지 최대한 매년 납입하는 게 좋다. 미국에서는 월급의 일정부분을 떼서 연금계좌(401K)에 넣고 은퇴시점까지 사실상 못 찾게끔 제도를 도입해 놨다. 장기간 매년 주식에 투자하다보니 은퇴시점에는 엄청나게 불어나 있게 된다.

-주식투자는 어떤 회사에 해야할까

=투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인베스터(investor)와 스페큘레이터(speculator). 단기간에 사고 파는 스페큘레이터가 아니라 5~10년간 회사가 잘 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인베스터가 돼야 한다. 내가 몸담았던 스커더라는 운용사는 이런 철학을 가진 곳이었다. 독립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곳이었다.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우울한 전망이 많이 나오는 데.

=희망이 많다고 본다. 우선 재정이 튼튼하다. OECD 국가 중에서 국가 부채가 낮은 축에 속한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많다. 외환 보유액이 넉넉해 외환 위기 가능성도 낮다. 한국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세계 어느 민족보다 근면하다. 바이오, 헬스케어, 배터리, 반도체 및 장비 등에서 경쟁력 있는 좋은 기업들이 나왔다. 이제는 금융을 키워야 한다. 미국은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먹고 산다. 우리도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 일본도 제조업 강국에서 서비스 분야 강국으로 옮겨 가지를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이다. 현재 교육시스템이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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