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재추진 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기아차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 및 주가 개선 기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그룹 최상단에 올려놓는 기존안을 유지하면서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해 현대글로비스(086280)와의 합병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 상승 및 실적 개선, 우호 지분 증가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의 주요 호재로 꼽힌다. 올해 3월 말 기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지분율 23.29%, 정몽구 회장 6.71%를 포함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1.38%에 이르는 현대글로비스 주가 상승으로 지배구조 개편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28일(종가 기준) 12만 9,000원에서 올해 6월27일 현재 16만 3,500원으로 26.74% 상승했다.
현대차 주가가 지난해 말 11만원대에서 올해 상반기 들어 14만원대로 상승한 것 역시 유리한 여건이 될 전망이다. 오너 일가가 지배구조 정점이 될 현대모비스 주식을 확보할 때 현대차 지분을 내부 현물출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 지분은 주력 계열사 지분이라 외부 매각 가능성이 낮다”며 “이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 출자한 뒤 신주배정 방식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9%에서 10.1%로 높였다. 이는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지지할 우호 지분 증가로 해석된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4월 사상 첫 분기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 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것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 대해서는 현대모비스를 존속 모비스와 분할 모비스로 인적분할한 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과 대주주의 글로비스 지분을 스와프(주식교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 30%와 분할 모비스 지분 7%를 기아차의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제철과 글로비스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6.3%)의 추가 매입 가능성도 예상된다. 순환출자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존속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비율만 변경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해 재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만족하기 힘든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임은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중국 사업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AS부품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분할 모비스 상장 후 현대글로비스 합병은 대주주의 최종 지분율을 예측하기 어려워 대주주가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부 재조정 가능성도 제시했다. 임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케피코와 현대오트론 등 전장 부품사 합병,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 등 기계부품사 합병,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합병 등으로 물류와 IT(정보기술) 시너지 추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