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감독자가 순시할 때 수감자들이 구령에 맞춰 단체로 인사하게 하는 관행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A 구치소에서는 구치소 계장이 매일 일과 시작과 종료 시점에 구치소 소장이나 과장 등 간부들은 비정기적으로 순시한다. 이때 수감자들은 구치소 거실에서 대열에 맞춰 정렬하고 있어야 한다. 일부 거실에서는 봉사원이나 선임자가 “차렷, 경례” 구호를 외치고는 단체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는 경우도 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점호하면서 정확하고 신속한 인원 점검을 위해 수용자를 정렬시키는 것은 헌법재판소도 필요성을 인정한 내용”이라며 “그러나 구령에 맞춰 인사하는 관행은 순시 목적 달성에 필요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직자인 구치소 감독자가 수용자들에게 구령에 따라 인사를 받는 것도 부적절한 행위로 봤다. 해당 구치소는 구령에 따른 인사가 자발적인 행위라고 설명했지만 인권위는 “감독자가 이를 방관하는 것 자체가 인사를 강요하는 효과를 준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구치소 간부들이 비정기적으로 순시할 때 수감자를 정렬시키는 것도 문제로 봤다. 헌법재판소에서 필요성을 인정한 정렬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점호로, 통상 자유시간에 이뤄지는 비정기 순시에서도 정렬을 허용한 것은 아니라고 인권위는 해석했다.
또 감독자 순시는 수용자 관리 처우 전반을 파악하기 위한 일인 만큼 수감자를 정렬시키기보단 오히려 자연스러운 생활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 수용자는 형벌 집행을 위해 구금시설에 수용 중인 사람이므로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구금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만 이뤄져야 한고 헌법 10조에서 파생된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감독자가 순시할 때 수용자들이 구령에 따라 인사하거나 비정기적인 감독자 순시 때도 과도하게 수용자들을 정렬시키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사례를 전파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