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과 짧게 만난다"...DMZ 북미정상 회동 유력

한미 확대회담 "마지막 단계 최종 조율 중"
트럼프, 재선 전 北 리스크 관리 과시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무장지대(DMZ) 회동과 관련 “짧게 만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약 넉달 만에 재회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1+10’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다. 굉장히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적 부분들을 조율하는 것으로 안다”고 이같이 말했다.


백악관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 북미 정상 회동 제안과 관련, “김정은이 매우 수용적(receptive)이었다. 그가 반응을 보였다”며 “따라서 지켜보자”라고 밝혔다. 이에 북미 비핵화 협상을 맡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한 만큼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정상 간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었다.

쇼멘십에 강하고 돌출행동으로 세간의 관심을 종종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볼 때 ‘깜짝 월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국경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나는 그럴 것이다. 나는 그럴 것이다”라며 “그렇게 하는 데 대해서 매우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북미 DMZ 정상회동 제안과 관련 미국의 북미 비핵화 협상 기조가 실무급에서 톱다운 기조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DMZ 회동제안 트윗은 아시아의 외교단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허를 찌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북미 간의 톱다운 접근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1일 보도했다./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즉흥 정상회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국내 정치적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재선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형 정치 이벤트 통해 북한 리스크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정적들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으로 권위가 추락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방향이라는 국내 정치 선전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미국 정상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지도자라는 대내외 이미지 구축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흥미를 갖게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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