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30일 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깜짝’ 비무장지대(DMZ) 회동이 치밀하게 계산된 국내 정치용 이벤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흥적 제안 형식으로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대선 캠페인에서 ‘피스메이커(peace maker)’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이라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이제 막 출범한 트럼프 재선 캠프는 이번 DMZ에서의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관 또는 피스메이커라는 역할을 부각할 수 있는 대표적 치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극적인 결과가 도출되기 어려운 미중 무역협상은 ‘추가 관세 부과 유예’라는 카드로 일단 급한 불을 끈 뒤 대선 국면에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DMZ 회동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플로리다에서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재선 가도에 오른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DMZ 회동 직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만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상황으로 나아갔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분쟁 상황에 있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면 증시는 폭락하고 우리는 안 좋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미국 내 유권자들을 의식한 듯 자신의 치적을 치켜세웠다.
이번 만남이 즉흥적 제안에 따른 돌발 이벤트가 아닌 치밀한 준비를 통한 극적 효과를 노린 정치적 셈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에 그저 생각해본 것’이라고 했지만 워싱턴과 서울 주변에서는 백악관이 지난 며칠 동안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진 바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출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방문할 곳 중에 하나”라며 DMZ 방문 계획을 알렸고, ‘김정은이 만나자고 제안한다면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더힐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백악관이 비보도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다만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동이 자칫 북한에 인권 유린과 핵무기 보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이날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DMZ 만남’은 좋은 사진찍기 기회가 되겠지만 진정한 비핵화를 수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인권 유린자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