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한 주주권 행사를 두고 ‘연금사회주의’라고 하는데 오히려 ‘연금자본주의’나 ‘연금민주주의’가 맞지 않나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매년 초 투자사에 편지를 보내는데 환경보호와 사회적 책임, 좋은 지배구조를 강조하지 않습니까.”
김성주(55·사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전주 혁신도시 내 공단 이사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도 이런 얘기를 하는데 국민연금 CEO가 수익률 얘기만 하고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말하지 않으면 되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는 핑크 회장은 양극화나 환경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역할을 해야 장기적으로 가치도 커진다는 소신을 널리 피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게 핑크 회장의 조언이다. 김 이사장은 “핑크 회장 외에도 영국의 연금 전문가인 고든 클라크 옥스퍼드대 석좌교수는 ‘연기금의 적극적 행동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이다’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관투자가가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을 계기로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본원칙이 됐다”며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기업가치 제고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논란은 있었지만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상식이 됐고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라고도 전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기업을 옥죈다’는 식으로 사회주의 딱지를 붙인다면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기업문화를 업그레이드할 추동력을 스스로 팽개치는 것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세간에서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등 개별 기업에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둔다”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 효과를 일으키는 데 역점을 둔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힘줘 말했다. 전임 정부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하려고 했다가 무산됐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연금법이나 시행령, 공단 규칙과 지침에 따라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기금운용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독립성은 양면성이 있다. 기금운용 주체가 정부인데 정부가 관여하지 않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포괄적·궁극적인 책임은 당연히 정부에 있는 것”이라며 “단 기금 운용 측면에서는 이제 권력이나 시장 이해관계자로부터 독립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성과에 관한 책임은 지지만 개별적인 투자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일부에서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공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번지수가 틀렸다고 했다. /전주=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