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트럼프 "北 제재완화 서두르지 않을 것"

■공동기자회견 내용은
트럼프 "급하게 하면 문제 생겨"
文 "영변 폐기해야 논의 가능성"
대북제재 완화 양국 미묘한 온도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년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관련 논의를 이어간 가운데 한미 정상이 대북제재를 두고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한다면 대북제재 완화를 고민할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케미스트리(조합)’를 강조한 만큼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 이후 제재 완화를 비롯한 비핵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제재가 아직은 해제되지 않았지만 저는 급하게 이 부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저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는 섣불리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표한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영변 핵 단지가 진정성 있게, 완전히 폐기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의 ‘입구’가 된다는 판단”이라며 “그런 조치가 진정성 있게 실행된다면 국제사회는 제재에 대한 완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경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화답의 일환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 카드를 교환함으로써 지난 2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바람이 내포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전 세계 6대 통신사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 답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이 ‘영변 플러스 알파(영변 외 추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해온 미국과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는 “영변 핵폐기를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 입구로 보는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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