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오사카=연합뉴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갈등과 관련해 경제보복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일 관계가 지난 1965년 국교수립 이후 최악의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서두르는 배경으로 오는 7월21일께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아베 정권의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과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분쟁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패소와 러시아와의 북방영토(쿠릴 4개 섬) 반환 협상 미흡 등 외교적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과거에도 국내 정치적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역사 교과서 왜곡 등 한일 갈등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을 결집한 전례가 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정치적 숙원인 평화헌법 9조 개정을 위한 개헌 논의를 확산하는 데도 한국과의 외교·군사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강공 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논란과 관련,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기반으로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던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강제징용 배상판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 한일 민간기업의 배상금 출연을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로부터 이에 관련한 조치를 한다는 방침을 통보받은 바 없다면서도 일본 언론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일본의 보복조치 가능성이 일본 언론을 통해 거론된 만큼 이를 대비해야 할 정부의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일본의 보복조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일본의 보복성 조치가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거기에 대해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맞불 전략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보복조치에 나선다는 데 대해 한국 정부와 학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보면 스스로 불리하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국제법은 국가 대 국가의 조약에는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외교보호권을 발동하는 것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자신의 정당한 논리를 펼치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해야 일본도 양보할 여지가 생긴다”고 제언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