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9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반전을 거듭한 끝에 지난 29일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확전을 피하기 위한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 수입품 3,000억달러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중단하는 등 일단 휴전에 돌입한 상태에서 무역협상을 통해 양국 간 기존 보복 관세 철회 등을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두 정상 간 합의로 미중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막은 셈이다. 다만 미중 무역합의를 위한 돌파구는 만들지 못해 향후 협상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거래의 질이 속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무역전쟁 장기화를 시사했다.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회담을 갖기로 한 미중 정상은 초반 상대국을 염두에 두고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주변을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의 첫날인 28일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국경을 넘는 데이터의 유통을 제한하는 움직임은 무역을 저해하고 프라이버시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 주석도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을 닫고 발전하거나 인위적으로 시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하지만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두 정상이 같은 날 저녁 비공개로 회동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사실이 29일 오전 알려지면서 최소한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는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실제 80분간의 정상회담 후 미중은 추가 관세 부과를 중지하고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두 정상은 9~10일 미중 고위급 협상이 빈손으로 끝난 후 무역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렸던 핵심 쟁점과 관련해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주요한 돌파구 신호도 없다”고 지적하며 “정상 간 논의의 세부사항은 명확하지 않다”며 “휴전에 합의했지만 무역협상 결과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미중 간 일시적인 무역 평화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는 얘기다.
실제 미중 간 논의는 5월 초 무역협상이 깨진 상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미중 협상이 타결 일보 직전에 결렬된 표면적 이유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약속했다가 이를 뒤집었다는 것인데 중국은 여전히 법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균형된 합의’와 상대국 존중을 강조하며 관련법 개정을 약속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지속했다.
미중이 합의문의 90%가량을 작성하고도 합의를 보지 못한 관세 철회 부분에서도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무역 합의 즉시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에 대한 관세 25%를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합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적어도 일부 관세는 유지하거나, 관세를 철회하더라도 중국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재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NYT에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중은 진정한 합의에 도달하기보다 계속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에 트위터에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세를 폈다. 그는 이어 “거래의 질이 나에게는 속도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혀 대중 무역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점에 안도하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잠정 휴전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2,500억달러의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는 만큼 중간재 수출에는 어려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휴전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제재의 큰 틀은 모두 유지되는 형태”라며 “중국의 수출 비중이 전제의 25%를 넘고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도 79%나 되는 상황에서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박효정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