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판매부진으로 인한 재고 증가로 이달 중 나흘 동안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쌍용차(003620)가 노사 합의를 거쳐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 쌍용차뿐 아니라 국내의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판매부진이 계속되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1일 적정 재고 유지를 위한 생산물량 조정을 목적으로 평택공장의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생산중단은 이달 5일과 8일, 12일과 15일로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하면 2주간 8일 동안 조업을 중단하게 된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노사 합의로 재고 조정을 위해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내수부진이 심해지면서 2시간씩 휴식하는 계획정지도 시행했지만 재고가 적정 수준인 4,500대를 넘어 5,000대 이상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8,219대를 팔아 판매량이 전달보다 15%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이어온 1만대 판매 행진도 중단됐다. 올해 초만 해도 픽업트럭인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하며 판매량이 늘었지만 야심 차게 내놓은 신형 코란도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저조한 매달 1,500대 수준에 그치면서 재고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쌍용차가 재고 증가의 타개책을 노사 합의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업을 중단하면 결국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며 “노조 입장에서 쌍용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판매부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국내에서 6만987대, 해외에서 31만7,727대 등 모두 37만8,714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달(41만2,852대)보다 8.3% 감소한 실적이다. 두 달 연속 베스트셀링카로 올라선 쏘나타가 9,822대 팔리며 판매를 이끌었고 그랜저 6,652대, 아반떼 5,654대, 싼타페 8,192대, 코나 3,634대, 팰리세이드 3,127대 등으로 선전했지만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기아차(000270)도 내수 4만2,405대, 수출 19만3,824대 등 총 23만6,229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같은 달보다 내수는 7.8%, 수출은 5.8% 각각 줄어든 수치다. 국내에서는 카니발이 5,909대로 15개월 연속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 자리를 지켰으며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K7은 4,284대로 세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판매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 해외, 특히 중국과 터키 등 신흥국 시장에서 판매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의 판매위축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노사 대립이 심화하는 한국GM도 국내에서 전달보다 900여대 감소한 5,788대를 팔았다.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르노삼성자동차에도 뒤져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달 10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 협상을 마무리한 르노삼성자동차는 국내 신차 출시를 계기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여전히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저조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향후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국내 7,564대, 수출 1만1,122대 등 총 1만8,686대를 팔아 전달보다 판매량이 31.3% 급증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