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선수' 래슐리의 인생역전

PGA 로켓모기지클래식 최종
15년전 경기 관전 후 비행기 사고로
부모님과 당시 여자친구 잃는 비극
부동산 중개 겸하다 36세 PGA입성
대타 출전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네이트 래슐리가 우승을 차지한 뒤 여동생 브루크(오른쪽), 여자친구 애슐리 리드와 포옹하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FP연합뉴스

한 편의 ‘인생극장’ 같은 우승이었다. 1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로켓모기지 클래식(총상금 730만달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네이트 래슐리(37·미국)의 이야기다.

래슐리는 이날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GC(파72·7,33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였다. 6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해 6타 차 리드를 유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래슐리는 애초 156명의 이 대회 출전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세계랭킹 353위인 그는 대기 선수였다가 개막을 이틀 앞두고 기권한 기존 출전자의 대타로 막차에 올라타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그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였다. 네브래스카주 출신의 래슐리는 애리조나대 학생 시절이던 지난 2004년에 부모와 여자친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애리조나대에서 열린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고 돌아가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이듬해 대학 졸업과 함께 프로로 전향했지만 얼마 뒤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어 미니 투어 위주의 선수 생활은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8세 때 골프를 시작한 그는 PGA 투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없었다면 어렸을 때 골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내가 직업을 갖도록 돕기 위해 모든 것을 했다”고 돌아봤다. 2011년 이후 대회장에 발길을 끊은 래슐리는 2015년 PGA 하위 투어인 PGA 투어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라틴아메리카 3승, 2017년 PGA 2부 투어 1승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36세 나이로 PGA 정규투어에 입성했지만 이번에는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무릎 부상 탓에 17개 대회 출전,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72위로 2018-2019시즌을 접으면서 이번 시즌 전경기 출전권을 받지 못했다.

래슐리는 극적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이번 대회 첫날 9언더파 63타를 때려 ‘깜짝’ 선두에 나선 데 이어 2, 3라운드에서 67타와 63타를 치며 1위 자리를 지켰고 이날도 순항을 이어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그는 눈물을 참는 여동생, 여자친구와 감격의 포옹을 했다. 래슐리는 “정말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단지 내가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PGA 투어에서 받은 총 상금액(83만8,152달러)보다 많은 131만4,000달러(약 15억원)의 우승상금을 받은 그는 2년간의 투어카드와 이달 브리티시 오픈, 내년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 출전권 등도 손에 넣었다.

월요예선을 거쳐 출전한 닥 레드먼(미국)이 2위(19언더파)를 차지해 이번 대회의 감동을 더했다. 공동 5위 패트릭 리드(미국), 공동 13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공동 46위 리키 파울러(미국) 등은 감동 스토리의 화려한 조연 역할을 했다. 안병훈(28)은 15언더파 공동 13위, 임성재(21·이상 CJ대한통운)는 13언더파 공동 21위에 올랐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