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교한 협상안 제시해 존재감 있는 촉진자 돼야"

[북미 판문점회동 이후-서경 펠로 진단]


좌초 위기에 처했던 비핵화 협상이 지난달 30일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첫 정상회동을 통해 큰 고비를 넘겼다. 북미 정상 간의 의지가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극복하는 계기를 만들어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물밑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안보 서경펠로들은 문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적극적 중재보다는 이달 중에 있을 북미 실무협상의 촉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경펠로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현실을 냉정하게 얘기하면 북한과 미국이 접촉하면서 우리가 배제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며 “주도권을 다시 찾아오려면 결국 우리의 협상안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쌍방향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협상을 대남·대미 기구인 통일전선부가 아닌 외무성에 맡긴 것은 미국과 직거래를 하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남북정상회담도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金, 美와 직거래 의지 내비쳐

북미 실무협상서 文 배제될 것


중재役 한계, 주변 외교 나설때”

서경펠로인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정상회담은 거의 어렵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독대를 한 것은 남측과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 채널이 없었던 초창기 비핵화 협상과 달리 현재는 북미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관계보다 그간 소홀했던 중일러 등 비핵화 관련국과의 주변 외교를 챙길 때라는 주장도 나왔다.

서경펠로인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DMZ 북미 회동은 전 세계적 이슈인 만큼 이를 공유하기 위한 특사를 중일러 등에 파견할 필요성이 있다”며 “결국 비핵화 협상의 최종 단계에서 관련국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열릴 예정인 북미 실무협상의 핵심 의제는 ‘영변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서경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대미 외교가 통전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내놓을 영변 플러스 알파에 따라 실무협상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차 워싱턴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도 실무회담의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 교수는 “쇼맨십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도 재선을 위해 김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가능성이 높고, 김 위원장도 실무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면 워싱턴에 못 갈 이유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실무협상의 진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박우인·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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