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판문점 회동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이 임박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 동결(nuclear freeze)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잡았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1일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리들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 아이디어의 개념을 핵 동결, 즉 현 상태를 유지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핵 동결론’에 대해 “완전한 추측”이라며 “현재로선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 격려 연설을 하고 있다./평택=연합뉴스
국내외 전문가들도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쓸 카드가 많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핵 동결론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잠정 합의를 성사시키고 적어도 일부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에 더해 의심스러운 핵시설을 추가로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타협의 여지는 존재한다”며 “북한이 실리를 택하면 영변 외에 핵 시설이 있고 이미 생산한 핵 미사일 및 핵물질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영변 플러스알파 조치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상응조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노동신문이 북미 정상 간 서로의 우려사항과 관심사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전적인 이해와 공감을 했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이는 하노이 노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만과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런 접근법이 북한의 (핵)무기 증강을 막을 순 있지만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 20∼60개로 다양하게 추정되는 현존하는 무기의 해체는 하지 못하며, 또 북한의 미사일 능력도 제한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2016년 2월 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광명성 4호 발사장면./연합뉴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공적·사적으로는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의 가까운 시간 내 ‘항복’이라는 요구가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첫걸음을 시작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향후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단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의 대가로 포기하겠다고 제시한 ‘영변 핵시설’의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NYT는 “이 아이디어는 김 위원장의 새 협상팀이 영변 사이트의 정의를 물리적 경계를 훨씬 넘어, 확장하는 데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만약 (합의에) 성공한다면 북한의 새로운 핵물질 생산을 막는 핵 동결에 효과적으로 이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어떤 합의라도 이뤄지려면 북한이 전역의 많은 (핵)시설들을 포함하는 데 동의해야 할 것”이라며 “그중에서는 한미 정보당국이 여전히 우라늄 연료를 생산 중이라고 믿는 영변 외곽의 ‘강선’이라는 비밀 기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완전한 핵보유가 아닌 핵동결 시나리오가 나온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11월 재선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북한과 비핵화 합의를 성사 시킨 뒤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려는 전략이라는 진단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