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판문점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정치적 효과를 체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곧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미 회담 띄우기에 나선 것은 북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외교적 성과를 재선에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재선이라는 시간표에 쫓긴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과 핵동결 수준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게재한 글에서 “이번 주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해 정말 좋았다”며 “우리는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그는 정말 좋아 보였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조만간 그를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며 차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미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 정도에 따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워싱턴 북미회담은 성과가 있어야 할 수 있다”며 “가능성이 있기는 있다.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루면 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면 실무협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동결론 등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이 있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리들이 북미 협상의 새로운 라운드의 기반이 될 수 있길 기대하는 ‘진짜 아이디어’가 구체화 돼왔다고 보도했다. 북핵 동결 수준 합의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를 게 없다(No rush).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거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며 “우리는 현재 어떠한 새로운 제안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핵동결설을 일축했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행정부가 핵동결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재선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워싱턴 회담 등 북한과의 대형 정치이벤트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유혹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한국에 있는 동안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아주 잘 보도된(covered) 만남을 갖자고 요청했던 건 대단한 일이었다”며 언론 보도에 모처럼 만족감을 표시하며 “좋은 일들이 우리 모두를 위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 CNN방송은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2020년 대선이라는 렌즈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행으로 값진 정치적 승리를 얻었다고 호평했다. 특히 북한 문제는 전임이었던 민주당 출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외교에서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정치 소재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8년간 한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년 반간 북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걸 해낸 데 대해 인정받을 만하다며 자신의 ‘공’을 추켜세운 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의 글을 트윗에 올려 “고맙다!”고 적기도 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