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중국 선양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있다./사진제공=만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원을 감원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체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쌍용자동차가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급증함에 따라 최초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위축의 충격파가 업계 전반에 미치는 모습이다. 외환위기(IMF) 이후 최고 수준으로 제조업의 재고가 쌓인 상황에서 자동차뿐 아니라 여타 산업으로 구조조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조업에서 자동차 다음으로 재고가 많이 쌓인 업종은 석유화학이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 재고도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다른 산업의 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만도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인한 재고 확대 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한 뒤 올해 들어 하락폭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게다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계에 결정적 타격을 줬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이 급성장할 때 중국 내 생산시설을 대규모로 늘린 국내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판매량이 쪼그라들며 급격한 충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 내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지난달 해외 시장 판매량은 31만7,7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감소했는데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도 역시 “미중 무역갈등 등 중국 내수 시장의 판매 저조로 성장이 둔화됐다”며 중국 시장 위축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연결됐음을 시사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국 브랜드 자동차들은 중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독일·일본 등 고급 브랜드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 중국 현지 업체 사이에 끼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물론 내수 시장이 위축된 점도 완성차 및 부품 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등 5개사의 올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386만5,82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 줄었다. 내수 판매는 75만5,03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3% 감소했고 해외 판매는 311만790대로 6.0%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쌍용차만 판매가 1.9% 증가했으며 나머지 4개사는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빠르게 쌓이는 재고는 구조조정의 빌미가 되고 있다. 전날 재고 급증의 여파로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생산 중단에 들어가기로 한 쌍용차는 오는 5일·8일·12일·15일 등 4일간 평택공장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추기로 했다. 쌍용차는 내부적으로 적정 재고량을 4,500대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데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재고량은 5,000대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제품 재고는 지난해 말 838억원에서 올해 1·4분기 963억원으로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제품 재고도 6조4,866억원에서 6조6,485억원으로 1,619억원 늘었다.
우리나라의 5월 제조업 재고율이 IMF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자동차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재고 증가분 가운데 26.7%가 자동차 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고 증가 리스크는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재고 증가의 16.3%가 화학제품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정제도 9.2%를 차지했다. 휘발유·경유·나프타 등 석유정제 산업과 에틸렌·폴리염화비닐·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산업이 모두 부진을 면하지 못하면서 재고가 급증했다. 철강 업종의 재고도 만만치 않다. 지난 1년간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12.9%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컴퓨터·통신’이 제조업 재고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였다. 자동차·석유정제·석유화학·전자부품·1차금속 등 5개 산업이 지난 1년간 제조업 재고 증가의 75.4%를 야기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