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북미, 적대관계 사실상 종식"

판문점 회동 후 첫 국무회의
"美 정상, 경호없이 북한땅 밟아
정치·정책도 과감한 상상력 필요"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노영민 비서실장과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남북에 이어 북미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 시대의 본격적인 선언을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북미 회담과 남북미 정상 간 만남 이후 첫 공식 석상인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만남을 ‘새로운 평화시대 선언’으로 규정하면서 북미가 사실상 종전선언에 준하는 만남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정전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고, 미국의 정상이 특별한 경호 조치 없이 북한 정상의 안내로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어질 북미대화에 있어서 늘 그 사실을 상기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대화의 토대로 삼아나간다면 반드시 훌륭한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 합의를 통해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미 역시 이번 판문점에서의 파격적 만남을 통해 오랜 적대관계는 끝낸 것 아니냐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25m 거리에 있는 최전방 GP를 방문했다”며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것은 사상 최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의미 있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양국 대통령이 군복이나 방탄복이 아닌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최전방 GP를 방문한 것도 사상 최초”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최전방 GP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일화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40Km 거리의 서울에만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상시적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눈앞에 빤히 보이는 개성공단이 남북 경제와 우리의 안보에 가져다주었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완화가 이 같은 만남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일들은 정상들 간의 신뢰뿐 아니라 판문점 일대 공동경비구역이 비무장화되는 등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남북관계의 개선과 북미 대화의 진전이 서로 선순환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외교뿐 아니라 정치·정책의 영역에서도 기존의 문법을 뒤엎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를 감동시킨 북미 정상 간의 판문점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를 통한 파격적인 제안과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호응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상상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고, 감동시켰으며, 역사를 진전시킬 힘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정부 각 부처에서도 우리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서 과감한 정책적 상상력을 좀 더 풍부하게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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