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제러미 헌트(사진) 영국 외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규정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헌트 외무장관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홍콩에서는 대학생 등 청년층이 주축인 강경 시위대가 전날 입법회 강제 진입·점거라는 극단적 행동에 나섰고, 이에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헌트 장관은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 홍콩 시위대와 경찰 모두를 비난하면서도 “영국은 1984년 ‘일국양제’, 홍콩 시민들의 기본적인 자유를 소중히 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적으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에 서명했다”면서 “우리는 이같은 협정 및 (기본권을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중국이 1984년 정식 체결한 공동선언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중국에 반환해 특별행정구를 설치하고, 중국은 1997년 이후 50년 동안 홍콩이 현행 체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토록 하는 등 ‘일국 양제’ 기본 정신을 담고 있다.
헌트 장관은 홍콩 시위대의 과격한 행동을 비판하면서도, 홍콩 정부가 이를 시위대 탄압의 계기로 삼아 사람들의 우려를 키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영국은 어느 편이든 간에 폭력을 쓰는 이들을 규탄한다”면서 “친 민주주의적 시위대를 지지하는 이들도 어제 TV에서 본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이를 시위대 탄압의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되며, 오히려 기본권이 공격받고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깊은 우려에 대한 근원을 이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