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표 현대자동차 연구위원이 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기아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기아자동차가 엔진의 연료소비효율(연비)과 성능을 동시에 높여주는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다.
이 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터보에 처음 탑재되고 앞으로 현대·기아차가 선보이는 다양한 차종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신기술 개발이 엔진 분야에서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 공개했다.
CVVD 기술은 엔진의 작동 조건에 따라 흡기 밸브가 열려있는 시간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려웠던 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모두 높이면서 배출가스까지 줄여주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엔진은 흡입·압축·팽창·배기의 4단계 과정을 통해 연료를 연소시켜 동력을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흡기와 배기 관문인 밸브의 열리고 닫히는 시점과 깊이를 주행 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가변 밸브 제어 기술을 통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높여왔다.
기존 엔진들은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 사이클’ 세 가지 중 하나의 엔진 사이클을 선택했다. 선택된 사이클에 따라 밸브 열림 시간도 고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CVVD 기술은 연비 주행, 가속 주행 등 운전 조건별로 밸브 열림 시간을 조절해 세가지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VVD 기술이 적용된 엔진은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 주행 때에는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둬 압축 시 발생하는 저항과 압축비를 낮춰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가속 주행 때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 엔진의 토크를 높여 가속 성능이 개선된다.
현대·기아차는 CVVD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엔진 성능은 4%, 연비는 5% 향상되고 배출가스는 12% 저감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에 특허 각각 100여건 등록도 완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CVVD 기술은 엔진 성능과 연비 두 가지를 동시에 개선시키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과거 30년 동안 개발되어온 가변밸브제어 기술은 물론 133년 가솔린 엔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기술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배기량 1,598cc의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 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0kg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이 엔진에는 CVVD 기술 외에도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LP EGR)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EGR 시스템은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재순환시켜 연소실의 온도를 낮춰 연비를 높이고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유도하는 장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독창적으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CVVD 기술은 파워트레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자동차의 성능과 상품성 향상은 물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