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공시가격 통째 수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정정 이유로 인근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아크로서울포레스트)’ 신축으로 인한 조망·일조권 침해를 들었으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인근 비슷한 단지들의 공시가는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갤러리아포레는 이번 정정으로 정부의 급격한 현실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낮아지게 됐다. 역주행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공시가격의 급격한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며 “고무줄 공시가도 그 중 하나이다”고 말했다.
3일 서울경제가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아크로서울포레스트(2021년 1월 준공 예정)’로 조망권과 일조권의 영향을 받는 주요 아파트 단지의 올해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하락한 곳은 갤러리아포레가 유일했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을 역주행 시킨 장본인이다.
한 예로 갤러리아포레 101동 6층 전용 171㎡의 2019년 공시가는 이의신청 전 24억 800만원에서 조정을 통해 19억 9,200만원으로 공시됐다. 지난해 공시가 22억 4,800만원 대비 11.4%나 떨어진 가격이다. 옆집인 전용 217㎡의 경우 올해 공시가가 26억 1,600만원으로 지난해(27억 6,000만원)는 물론 2년 전 공시가(26억 8,000만원)보다도 떨어졌다.
반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의 조망·일조권 영향을 받는 주변 단지는 공시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성수동아는 꼭대기 층인 11층 전용 52㎡의 공시가가 지난해 4억4,900만원에서 올해 21.2% 뛴 5억4,400만원으로 산정됐다. 성수동아 옆 신장미 5층 전용 68㎡도 지난해 5억 2,100만원에서 27.1% 급등한 6억 6,2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정해졌다. 인근 S 공인 대표는 “지난해 9월 이후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골조 완성이 가까워지고 거래 침체가 겹치면서 갤러리아포레 101동 가장 가까운 라인은 저가 매물이 늘었다”면서 “하지만 101동은 물론 102동까지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관점에서 보면 갤러리아포레는 후퇴하고, 다른 인근 단지만 속도를 높인 셈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전경 /서울경제DB
산정 근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감정원이 조망·일조권 변화를 공시가 조정 원인으로 들었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단지들도 역행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한 예로 서초구 잠원동의 아크로리버뷰는 지난해 6월 준공된 35층 높이로 한강 조망권을 갖고 있다. 이 단지가 세워지면서 남쪽의 신반포 청구나 잠원한신그린의 한강 전망이 힘들어졌다. 하지만 각 단지 꼭대기 18층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공사가 진행 중인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7억 4,400만원에서 8억 8,800만원, 6억 4,700만원에서 8억원으로 모두 올랐다.
한국감정원은 이에 대해 조망권과 일조권이 공시가격 산정의 요건이긴 하지만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국토부와 함께 빅데이터를 근거로 한 합리적인 계량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