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 간 만남에 앞서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과 관련해 “저 선을 넘어가도 됩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판문점 회담 비화를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질문을) 통역은 ‘넘어가면 안됩니까’로 통역했다”면서 “그래서 문 대통령이 ‘악수하고 손을 잡고 넘어가시는 건 괜찮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의전책임자와도 상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에 아무와도 의논하지 않았다”며 “미국 의전팀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상황(트럼프 대통령의 월경)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의 이 같은 설명대로 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것은, 북미 간에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가겠구나’ 라고 그 때(트럼프 대통령의 질문 당시) 판단했다”면서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머리 속에는 선을 넘는 것을 마음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당시 북한 땅을 밟은 이후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자유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유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 만나 남북미 3자 간의 회동이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인사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선을 넘어서 남쪽으로 왔는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고마움을 표시했다”며 “대화도 잠시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화를 통해 감사 표시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외교 관례상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마움이라는 표현은 손을 잡는 행위 등을 종합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당시 자유의 집에서 북미 회담이 진행되는 시간에, 별도의 대기 장소에서 참모들과 함께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 회담 이후 남북 회담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