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건당 1조원대의 기술수출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신약개발의 명가로 자리를 굳건히 했던 한미약품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매출액 대비 20%에 달하는 독보적인 연구개발(R&D) 비용 투자로 다국적 제약사에 신약 후보 물질을 라이센스 아웃 해왔지만, 임상 과정에서 줄줄이 실패하면서 이제는 임상 및 기술수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얀센이 비만·당뇨치료제(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3일 공시했다. HM12525A는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도와주는 비만·당뇨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로, 지난 2015년 11월 한미약품이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발 및 판매 권리를 8억1,000만달러(약 1조원)에 얀센에 라이선스 아웃했다. 얀센은 고도비만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HM12525A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기술수출 권리가 반환됐지만 한미약품은 이미 받은 계약금 1억500만달러는 돌려주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최근 얀센이 진행해 완료된 2건의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에서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얀센 측이 알려왔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그러면서 “얀센이 권리 반환을 통보했으나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통해 비만약으로서의 효과는 충분히 입증됐다”며 “향후 내부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개발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반환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치료 신약 후보물질 ‘올리타’를 당시 최대 규모인 약 8,500억 원에 기술수출하며 제약·바이오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올리타는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품목허가까지 받는 등 기술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2016년 돌연 베링거인겔하임이 올리타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하면서 글로벌 개발속도가 늦춰졌고 결국 상용화에 실패했다. 당시 올리타의 경쟁제품인 ‘타그리소’가 이미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출시돼 올리타의 경쟁력이나 상품성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2016년 말에도 악재가 찾아왔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가 39억규모의 당뇨병 치료제 기술수출 계약 중 일부를 변경하겠다고 전격 통보한 것이다. 다행히 전면적인 기술수출 계약의 해지는 아니어서 한미약품은 2억400만유로 규모의 계약금을 수령했고 전체 계약금액이 28억유로로 줄었다. 대신 사노피는 한미약품이 1억5,000만유로 규모의 에페글레나타이드 공동연구비를 부담하는 내용을 계약에 추가했다.

올 1월에는 릴리가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하면서 또 다시 시련을 겪었다. 지난 2015년 7억6,500만달러에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BTK 억제제(LY3337641/MH71224)에 대해 릴리가 계약 반환을 통보한 것이다. 릴리는 BTK 억제제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2상 중간분석에서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임상을 전격 중단한 뒤 권리를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한미약품은 잇따른 기술수출로 매출 1위를 기록하며 R&D 강자로 우뚝 솟았다”며 “후보물질을 신약으로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최근 기술수출 반환이 잇따르면서 전체 바이오업계 신뢰도를 저하한다는 점에서 이제는 임상 및 수출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