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신독재 현상과 부합한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지난 3월 ‘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고 말했을 때와 같은 격렬한 반발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응할 가치가 없는 공허한 발언”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해 문 대통령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난들을 쏟아냈다. 연설문에는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 빨갱이 발언 등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 “문 정권은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 부합한다”, “이 정권이 말하는 언론의 자유는 ‘정권을 찬양하는 언론의 자유’일 뿐” 등 날 선 발언들이 담겨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연설에 답했다. 나 원내대표가 “지난 4월 우리는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거”라고 말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의원들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한 민주당 의원은 책을 읽으며 나 대표의 연설에는 귀를 닫기도 했다.
이는 지난 3월 나 원내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민주당의 반발로 파행으로 치달았던 사례와는 대조된다. 당시 본회의장 연설대에 오른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연단에 올라 사과를 요구하는 등 25분 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후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들끼리 반응을 보이지 말자고 따로 협의한 것은 아니다”며 민주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공허한 말들이었기 때문에 의원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