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경찰서에서 취재진이 자유한국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네 의원은 이날 경찰 출석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시켜 못 나오게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경찰의 소환 통보를 끝내 거부해 국회의원들이 또 다시 ‘방탄국회’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의원들을 무리하게 강제 소환하는 것보단 서면조사 등으로 수사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도 점쳐진다.
4일 경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까지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한국당 의원들에게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은 끝내 불응했다. 네 의원은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채 의원을 감금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은 아직 이들에게 2차 소환 통보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수사 원칙대로라면 경찰은 출석을 2차, 3차 등 이어서 요구하다가 끝까지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게 된다. 앞서 폭력집회 주도 혐의를 받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서도 경찰은 3차 소환 통보까지 해 끝내 출석시켰는데, 당시 끝까지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4월 25일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자신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을 막으려고 감금시키자 창문을 열고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현직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출석시키는 데는 경찰로선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공권력의 ‘국회 탄압’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특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때문에 국회의원의 강제 출석은 절차상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불체포특권이란 국회 회기 중에는 경찰이나 검찰이 의원을 국회의 체포동의안 승인 없이 체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국회가 사실상 의원의 체포를 동의할 이유가 없어 ‘방탄국회’라는 별명이 붙게 한 제도다. 앞서 사학비리 혐의를 받은 홍문종 우리공화당(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를 받은 염동열 한국당 의원에 대해 체포동의안이 상정됐지만 부결된 전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6월 임시국회는 이달 19일까지 이어져 경찰이 의원들을 체포하려면 이처럼 체포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 예정된 임시국회는 8월 15일 시작으로, 약 한 달의 공백이 생기긴 하지만, 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해 회기를 계속 열어 체포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변호사 출신의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재적 4분의 1만 있으면 회기 소집 요구를 할 수 있다”며 “흔히 말해 ‘방탄국회’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어느 쪽에서든 임시회 소집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기가 아닌 기간에 체포가 설령 되더라도 임시국회가 다시 열리면 국회는 석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치적·절차적 부담이 큰 강제출석 대신 경찰은 서면으로만 조사하는 걸로 방법을 전환할 수도 있다. 앞서 영등포경찰서가 ‘5·18 망언’으로 공분을 일으켜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당한 김진태 한국당 의원 등에 대해서도 출석 대신 서면조사만 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런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자진출석을 할 수 있도록 여당 의원들도 함께 소환통보를 할 거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당 탄압 말고 여당 의원들부터 수사하라”는 출석 불응 명분을 없애는 방법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4월 국회 선거제 및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이후 국회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혐의로 109명의 국회의원들이 고소·고발됐다. /손구민·양지윤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