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나 매각 작업에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최근 당국과 산은 측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자의 자격 조건 등과 관련한 지침을 내리지 말라고 요청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인수 후보자의 자격조건 제시 등과 같은 매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행동을 자제해달라는 일종의 반발이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입찰 자격 조건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산은 등이 구주 매각 비율 등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오인될 수 있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은 탄탄한 인수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요건을 제시했다고 하지만 구주를 비싸게 파는 게 우선인 금호산업으로서는 불합리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금호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매각공고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산은의 개입 강도가 높아지면서 금호산업 측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딜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발행)’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금호 측은 구주 인수비율과 가격이 높은 쪽에 높은 배점을 원하고 있는 반면 산은 등 채권단은 인수 후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위해 구주 매각보다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 채권단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항목에 높은 배점을 매기거나 인수 후보자의 안정적인 경영능력, 재무상태와 같은 정성적 평가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금호 측은 채권단이 원하는 기준 대로라면 인수 후보자의 범위가 일부 대기업으로 좁혀지는 등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고 있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매도자는 최고 입찰금액을 써낸 매수자를 선택하는데, 당국과 산은이 인수 가격 외에 안정적인 경영 능력과 같은 인수 후보자의 자격 요건 등을 거론하자 반발하는 것이다. 금호 내부에서는 “(채권단이 매각 조건 등을 규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을 팔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호산업은 이번 매각이 실패할 경우 매각 권한을 채권단에 넘겨줘야 한다. 어떻게서든 이번 매각을 성공시켜야 하는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인수 후보자의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지는 게 달갑지 않은 것이다. 자신들이 보유한 구주 전량을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금호산업과 인수자의 안정적인 경영 능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당국과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매각공고가 나올 때까지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