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다음주부터 고위급 협상대표들 간 통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무역협상을 재개한다. 6일(현지시간) 양국이 고율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한 지 만 1년을 맞는 가운데 그동안 이로 인해 상처만 입은 양국이 이번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임박한 시점에 또다시 중국의 환율조작 의혹을 거론하는 등 갈등의 불씨를 키워 양국 간 합의가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다음주에 본격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다음주에 통화하고 대면협상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블룸버그라디오에 출연해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곧 류허 부총리와 대면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바로 국장은 미중 무역협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이 아닌 정당한 무역분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지난주 정상회의 합의가 서서히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미중 무역협상을 다시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미 쌀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의 한 민간 수입업체가 미국산 쌀 약 40톤을 구매하며 최초로 미국에서 쌀을 들여왔고 중국 정부도 미국 농산물 수입을 논의하며 트럼프 정부에 호의를 표시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미국이 중국의 이란산 석유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이 이란 유전에 대규모 투자를 한 데 대한 현물지급 방식으로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도록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이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관세전쟁의 역효과가 양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이날 미국 무역적자가 지난 5월 한달 전보다 8.4% 늘어난 555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는 302억달러로 전월 대비 12% 증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인상에도 대중 무역수지가 개선됐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타격도 상당하다. 고율관세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델·HP·소니·닌텐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에서 옮겨오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보도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들자 생산기지를 중국이 아닌 곳으로 옮겨 관세 위험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특히 세계 1·3위 PC 제조업체인 HP와 델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노트북컴퓨터 생산 물량의 최대 30%가량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려 하고 있다.
무역전쟁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것이 확인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중 공세를 이어가 앞날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는 이날도 위안화 환율조작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환율조작 게임을 하고 그들의 (통화) 시스템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도 응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손하게 앉아서 그들의 게임을 계속 지켜보는 멍청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도 화웨이가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수출면허 승인 요청을 국가안보 측면의 최고 검증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4일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가 무역마찰의 시작”이라면서 무역협상이 합의되려면 고율 관세가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맞섰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