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붕괴 부를 수도

한국산 패널 의존하는 소니
TV 생산 중단 가능성 대비
애플·파나소닉 등에도 영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4일부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을 옥죄면서 일본은 물론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에까지 도미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일본 최대 전자제품 제조사인 소니가 이번 조치로 자사 TV 제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니가 한국산 TV용 유기EL 패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패널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TV 생산에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이다. 소니 관계자는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TV를 생산하지 못해 상품이 고갈될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도 상당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로 한국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유기EL 패널을 사용하는 파나소닉, 애플 아이폰 등의 생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늦어질 경우 그 파장은 애플에 다른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무수한 일본 기업들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온라인 정보기술(IT) 매체인 왕이커지도 “메모리반도체 대국인 한국으로부터 출하가 늦어지면 애플이나 화웨이 등 세계 전자제조업에 영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0%, 낸드플래시는 50%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이 이번에 수출을 제한한 소재의 재고가 삼성전자의 경우 1개월, SK하이닉스는 3개월치에 불과해 석 달 안에 소재 고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사이토 가즈요시 이와이코스모증권 선임연구원은 “3개월 이상의 중장기로 보면 (삼성·SK)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