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어닝쇼크' 예고]상장사 영업익 34%↓...반도체·석화·철강 등 주력업종 '직격탄'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하이닉스
작년 동기比 59%·86% 감소 전망
석유화학도 수출급감에 실적 악화
철강은 영업익 감소폭 다소 줄듯
외국인 매수세까지 약화 가능성


삼성전자(005930)의 잠정 실적 발표로 막을 올리는 2·4분기 어닝시즌이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결과를 보일 것으로 나타나 증권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기대치가 낮아졌지만 반도체·철강·화학 등의 주력 업종은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면서 어닝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미 화합 분위기 등 긍정적인 대외 여건 속에도 실적 악화로 인한 기초체력 약화는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체 상장사(컨센서스 추정기관 3곳 이상인 247개)의 영업이익은 올해 2·4분기 31조4,342억원으로 전년 동기 47조7,297억원보다 34.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투톱의 영업이익 감소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의 2·4분기 영업이익은 6조787억원과 7,9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9.1%, 85.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호조로 최근 실적 전망치가 소폭 상승하면서 영업이익 6조원대를 가까스로 사수할 것으로 보이지만 SK하이닉스는 마지노선으로 삼은 8,000억원마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다. 두 업체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5일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당분간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업종에서도 롯데케미칼(-50.1%), SK이노베이션(-47.4%), 한화케미칼(-43.6%), LG화학(-43.1%) 등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반도체나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출액은 44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수출이 25.5% 줄었고 석유제품의 수출도 24% 감소했다. 최근 일본이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하반기 전망마저 어두워졌다.


철강업종도 부진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POSCO(005490)의 영업이익은 1조1,17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8%, 현대제철(004020)의 영업이익은 2,644억원으로 29.6%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2·4분기 철강 기업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일부 수출제품의 가격 인상에 따른 판재류 평균판매가 개선으로 POSCO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그룹 지주사의 실적 추정치도 크게 낮아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한화가 34.1% 줄어든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LG(-15.2%), 두산(-9.2%) 등이다.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30% 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를 지탱하던 외국인 매수세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5월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코스피는 한 달 동안 10% 가까이 빠졌다가 지난달 환율이 안정화되며 가까스로 외국인 매수세가 회복세를 보였다. 이창환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부진한 경제지표, 달러 강세 등이 맞물려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바닥을 찍고 3·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업종 전반에서 이익 전망치의 하향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기업이익 모멘텀 부진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3·4분기 실적은 정보기술(IT), 경기방어 업종 등에서 2·4분기보다 늘어나면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면서도 “올해 연간 실적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나·김광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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