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예비 신혼부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앞서 구조된 2명은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 공사 전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된 만큼 인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2시23분께 잠원동 소재 지상 5층·지하 1층 건물이 철거 작업 중 붕괴해 인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건물 외벽에 깔렸다. 이 중 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모(29·여)씨가 이날 오후 6시33분께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구조 전부터 이씨는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수액을 맞고 있었다.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황모(31)씨는 중상을 입고 오후 5시59분께 구조돼 서울 서초구 소재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중상을 입은 황씨는 허벅지에 감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와 황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의 빈소는 서울 용산구 소재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다른 승용차에 탑승했던 60대 여성 2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다. 이들은 경상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차 1대에 있던 시민들은 스스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에서 철거 작업을 하고 있던 인부 4명은 모두 대피했다. 이번 사고로 해당 건물 앞 도로는 한동안 차량 통행이 완전히 통제됐다. 전신주 3개가 쓰러져 일대가 정전되는 사태도 벌어졌지만 오후 7시10분께 재개됐다.

1996년 준공 붕괴 건물은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공사를 시작해 이달 10일 완료 예정이었다. 경찰은 현장 수습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해당 건물은 철거 공사 전 안전 심의가 한 차례 부결돼 재심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규정에 따르면 시내의 지상 5층 또는 13m 이상, 지하 2층 또는 깊이 5m 이상 건물을 철거할 때는 사전 안전 심의를 받고 감리를 거쳐야 한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자치구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서초구는 해당 건물이 구청에 신고한 대로 가림막을 설치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