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경찰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연안구조정을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를 순찰하고 있다. /부산=허진기자
“여기 해운대 앞바다인데요. 사람이 바닷물에 빨려 들어가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지난달 27일 오후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있던 30대 여성 A씨가 전화기에 대고 다급한 목소리로 경찰을 불렀다. 약 4분 후 연안구조정을 타고 현장에 도착한 해양경찰은 거센 물길에 휩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오모(56)씨를 발견했다. 해경은 오씨에게 구명환을 안겨주고 구조정 위에서 구명환과 연결된 밧줄을 당겨 오씨를 구조했다. 익사 위험에서 겨우 벗어난 오씨는 구조정 위에서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는 “물에 빠졌다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10분이 안 됐다”며 “해경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식을 취하고 각종 수상레포츠를 즐기려는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바다는 낭만적인 공간이면서도 방심하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수욕을 즐기다 사고를 당하는 인원이 지난 2016~2017년 300명이 넘었다. 지난해에는 178명으로 줄었으나 6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송정 해수욕장 방문객들의 안전을 지키는 해경을 동행 취재했다.
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경찰들과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단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수상오토바이를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를 순찰하고 있다. /부산=이희조기자
◇“사고 나면 바로 구조”…여름철 하루 6회 순찰=햇볕이 바다 위로 뜨겁게 내리쬐던 지난달 28일 오후3시 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경찰들이 연안구조정에 올랐다. 해안가에서부터 10~20m까지인 ‘수영안전수역’ 주변을 돌며 경계선을 넘은 사람이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서다.
해상순찰에는 구조정뿐 아니라 위급상황 발생 시에 대비해 구조작업을 도울 수 있는 수상오토바이도 동원됐다. 구조정과 오토바이에는 구명조끼와 튜브 모양의 구명환이 구비돼 있었다. 김보성 부산해양경찰서 송정파출소 경위는 “여름철에는 해수욕장 피서객이 많기 때문에 보통 하루 6회는 순찰을 한다”며 “바다 위를 순찰하는 해상순찰 5회, 해변을 도는 해안순찰 1회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경찰과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단원이 지난달 28일 오후 해운대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함께 구조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부산=이희조기자
최근 해수욕장에서 요트나 모터보트·수상오토바이 등을 즐기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해경은 수상레저활동 안전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수상레저기구 사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45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2015년의 24건에 비해 87.5%나 증가한 수치다. 허영진 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경사는 “수상레저활동을 취미로 하는 인구가 늘면서 사고 건수도 같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경우 수영안전수역과 별개로 ‘수상레저활동구역’이 지정돼 있다. 해경은 수상레저활동구역이 아닌 곳에서 레저활동을 하는 이들을 구역 안으로 인도하거나 레저활동 중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을 구조한다. 김 경위는 “서핑이나 동력을 이용한 기구를 타고 즐기는 레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은 연안구조정이나 수상오토바이에 태우고 장비는 배 뒤에 연결해서 구조한다”고 말했다.
◇피서객 위협하는 ‘이안류’ 실시간 감시=매년 1,000만명이 방문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은 각종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해경은 피서철이 되면 늘 초비상 상태다. 피서객들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도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안류(離岸流)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역(逆)파도’로 불리는 이안류는 바다에서 해안 방향으로 치는 일반 파도와 달리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갑자기 강하게 치는 파도로, 해안에 있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바다로 끌고 들어갈 수 있어 위험하다. 2017년 7월31일 해운대 해수욕장에 이안류가 생겨 피서객 71명이 표류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안류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파출소와 출장소에는 ‘이안류 감시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해경은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해운대에 이안류가 생겨나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해운대 해상에 띄워둔 부표에 달린 센서가 전해오는 파도의 주기나 물살의 흐름 등을 자동 분석해 해경이 이안류 발생 시 즉각적으로 인지해 출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산해양경찰서 해운대출장소 내 컴퓨터 모니터에 ‘해운대 해수욕장 실시간 이안류 감시 서비스’가 구동되고 있다. 해경은 컴퓨터 화면을 모니터링하며 이안류가 해수욕장 방문객에게 피해를 주는지 살핀다. /부산=허진기자
여름철 해수욕장 안전 유지에는 해경 소속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의 역할도 크다. 해수욕장 인근 해경 파출소 경찰들은 중특단과 함께 구조활동을 한다. 중특단은 2014년 세월호 사고와 올 5월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 침몰 사고 때 구조대로 투입됐던 ‘베테랑 구조단’이다. 이날도 이들은 해운대 앞바다에서 합동으로 구조 연습을 벌였다. 백대륙 중특단 팀장은 “여름철 성수기 때 해운대에 집중 배치돼 구조활동을 한다”며 “중특단은 보유한 장비와 기술·능력치가 일반 해경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긴급하고 빠르게 사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지자체와의 협업도 활발=‘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 해경은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바다 안전을 위한 그물망을 촘촘히 짠다. 해수욕장 안전관리를 위해 소방서나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한다. 2015년 해수욕장 관리의 핵심 주체가 해경에서 지자체로 바뀌면서 해경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말이 나왔지만 여전히 ‘바다안전 지킴이’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허 경사는 “지자체·소방·해경·안전요원 등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한자리에 모여 주요 사안에 대한 대책을 조율해나간다”며 “각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수평적인 공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욕장에서 접수되는 신고 또한 분업으로 처리된다. 허 경사는 “119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에 따라 소방과 해경으로 신속하게 분배된다”면서 “해경 관할일 경우 근처 파출소로 지령이 내려져 연안구조정 등이 바로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이희조·허진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