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환경과 지배구조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성과를 경영자 평가에 포함하기로 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 가치 못지않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올해부터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계량화한 ESG등급을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에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를 중심으로 하는 ‘ESG 개선 로드맵’을 최근 해외 투자설명회를 통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은 현대차 CEO에 대해서만 적용할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까지 이런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업에 필요한 비재무적 요소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양적 성장에만 집중할 경우 사회 구성원으로서 간과할 수 있는 환경보호, 사회 공헌, 지역사회와의 관계,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등이 포함된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우선 ESG를 측정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의 글로벌 전문 기관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는 오는 2021년 이후에는 글로벌 경쟁 기업 수준에 맞는 ESG 실행 방안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ESG 등급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라며 “ESG 등급을 개선하는 것 역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비재무적 요소를 계량화해 경영자들의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매출이나 영업실적·부채 등 수치화된 재무적 요소 못지않게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같이 자동차 기업의 경우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간과할 경우 고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회사 경영에 치명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당면 과제로 부각된데다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면서 부품 협력사가 어려움을 겪는 등 ESG와 관련한 이슈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ESG에 대해 늘 강조해왔다. 실제로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협력사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그룹의 핵심 과제로 꼽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ESG를 CEO 평가 기준으로 포함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5대 그룹 중 롯데그룹은 2015년부터 계열사 CEO의 평가항목에 사회적 가치 요소들을 포함해 그룹 내에서 평가해 반영하고 있으며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 아래 계열사 KPI에 50%를 반영하는 한편 계열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계량화해 재무제표를 발표하듯이 공개하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베푼다는 의미에 가까워 재무적 요소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을 무시해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경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