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계는 경유 자동차 시대의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폭스바겐이 자사 및 자회사인 아우디·포르쉐 차량의 디젤 배기가스 배출 결과를 조작해 환경기준을 통과했다는 ‘디젤게이트’가 터졌기 때문이었다. 2017년 포르쉐는 향후 10년간 디젤엔진을 자사 라인업에서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고 전기자동차·하이브리드카 등의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디젤게이트는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내 신등록승용차 중 디젤차 비중은 2015년 52.1%를 기록한 후 지속 하락해 2016년 49.9%, 2017년 44.8%, 2018년 35.9%를 기록했다.
미국에서의 사정은 달랐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디젤차는 전년 대비 11.6%(5만3,814대) 증가한 51만8,02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의 전체 신차 판매 증가율이 0.5%에 그친 것을 감안할 때 그야말로 디젤엔진 돌풍이라고 부를 정도다. 디젤테크놀로지포럼(DTF)이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서 앨런 섀퍼 전무는 미국에서의 디젤차 강세 배경에 대해 “소비자에게 독보적인 힘과 성능의 조화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견인력과 뛰어난 주행거리는 현재 시장에서 비교 상대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디젤엔진의 열효율(BTE)은 현존하는 화석연료 중 가장 높다. 평균 열효율 면에서 디젤은 43% 수준이어서 38%인 가솔린을 앞선다. 열효율이 더 높은 만큼 디젤엔진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가솔린엔진 대비 4분의1에 불과해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디젤엔진을 장려하기도 했다. 아직 환경 이슈와 관련해서는 질소화합물·미세먼지 저감이 숙제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와 정부 당국이 대응기술 향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디젤자동차의 주력 무대인 EU가 관련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10월부터 시행된 ‘유로6C’ 인증제도다. 해당 인증은 실제 도로주행을 통해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므로 폭스바겐과 같은 배출가스 조작이 어렵다. 해당 인증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이 기준치의 2.1배를 넘을 경우 차량 출시가 힘들게 된다. 내년 1월부터는 해당 제한이 기준치의 1.5배로 더 엄격해진다. 기준치 자체도 강화돼 유로6C 시행 당시 0.168g/㎞이던 것이 내년 1월부터는 0.12g/㎞로 바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EU 배출가스 인증이 까다로워지면서 자동차메이커들이 해당 기준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기술투자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디젤차의 환경오염 물질 저감 능력을 향상시켜 친환경차 등과의 경쟁력 열위를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가 아닌 분야에서도 디젤엔진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에 대응한 선제적 연구개발(R&D)이 이뤄졌다. 건설기계 등의 디젤엔진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유로6 인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확보해 해외 다른 건설기계 제조사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환경규제 강화가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술 경쟁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