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목선 귀순' 비난만 할 때 아니다

정찬권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최근 북한의 목선 귀순과 관련해 군의 경계실패와 정부의 진상축소·은폐 논란이 확산하면서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주적(主敵)개념 삭제, 9·19남북군사합의,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중단, 그리고 훈련이 고되다는 이유로 제기한 군단장 보직해임 청원 등으로 비판받던 와중에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로 정부와 군은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국가위기 관리의 주요행위자들의 역할과 능력이 국민에게 의심받게 됐다. 유사 시 합법적 무력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국민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안보 당국과 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통렬히 반성하고 조직 재정비와 약화한 내부기강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평시 강한 훈련과 국방력 건설로 적의 위협과 도발을 억지하고 유사 시 전투·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국가를 보전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 한눈을 팔거나 소홀하면 반드시 뼈아픈 대가를 치렀음은 역사가 증명한다.


둘째, 안보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이념·정파·세대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당리당략에 빠져 안보 포퓰리즘만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북 비핵화 협상, 미중 갈등 피해 최소화, 한일관계 복원 등은 국론통합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반목과 질시보다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셋째, 대화에 의한 평화라는 함정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핵 억지능력에서 절대 열세인 우리가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분명 필요하다. 힘없는 평화는 무지개일 뿐이며 대화로 평화를 건설한다는 구호는 현실을 호도하는 선전선동이자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보수진영은 정부정책을 비판하되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현 정부와 여권의 대외정책에 대한 야당과 보수진영의 비판적 관점과 자세는 합리적 반대여야 한다. 정부 여당의 비핵화 관련 추진방식, 이해당사국 정상회담, 그리고 대북정책 등을 부정하고 거친 비판만 일삼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쟁 중에도 피아간 대화는 하는 법인데 하물며 평시에 교류협력을 위한 대화를 사안시하는 것은 그들과 공동체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이다. 야권과 보수진영이 국가 안전과 평화 다지기에 일정 부분 책임을 다할 때 국민은 박수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권력자가 되면 위험감지 능력이 떨어지며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했다. 여야가 귀 기울이고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군 또한 북한 도발에 절치부심하며 전투력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작금의 안보정세가 여간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다. 모두가 원하는 평화는 절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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