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1983년작 ‘물고기’ /사진제공=갤러리B
앤디 워홀(1928~1987)의 대표작은 자화상을 비롯해 마릴린 먼로와 마오쩌둥의 얼굴 이미지가 꼽히지만 정작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은 1,234억원에 낙찰된 1963년작 ‘실버카 크래쉬’다. 보도된 실제 교통사고 현장 사진을 판화기법으로 반복해 찍은 것으로, 워홀은 당시 2년 정도 ‘죽음과 재난’ 시리즈에 심취했다. 이처럼 거장이 특정 시기에만 집중적으로 제작한 작품은 특이함과 희소성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끈다. 워홀의 1983년작 ‘물고기(Fish)’도 마찬가지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브루노 비쇼프버거 미술관의 설립자가 지난 1982년 워홀에게 “취리히 미술관을 찾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작가는 “장난감스러운 작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듬해 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 워홀은 파란 벽면을 수족관처럼 보이게 하는 은색 물고기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의 의도대로 어린이들은 즐겼고 어른들은 아이를 들어 올려 작품을 보여주곤 했다.
워홀의 ‘물고기’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 전시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강남구 청담동에 개관한 신생 화랑 ‘갤러리B’의 개관전을 통해서다. 김서현 갤러리B 대표가 자신이 경영해온 마케팅홍보회사 ‘브릿지컴퍼니’의 이름 첫 글자를 따 갤러리를 열었다. 쉬우면서도 새로운 미술로 작품과 관람객 사이를 다리(Bridge)처럼 연결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 김 대표는 “예술의 문화적 철학을 지키되 유명 작가들의 미공개 또는 초기작품 등을 선보여 관람객들이 다양하면서도 흥미로운 경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선사할 것”이라며 “예술 이론이나 전시 주제에 치중하기보다는 작가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고 그 어떤 상상과 아이디어에도 활짝 열린 공간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르크 샤갈의 석판화 ‘르 까루셀 뒤 루브르(Le Carrousel du Louvre)’ /사진제공=갤러리B
개관전은 미술품 컬렉터인 김 대표의 소장품이 주축을 이룬다. 워홀의 ‘물고기’는 김 대표가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작품을 골랐고 해외 경매를 통해 구입한 작품이다. 마르크 샤갈(1887~1985)의 1954년작 ‘르 까루셀 뒤 루브르(Le Carrousel du Louvre)’도 만날 수 있다. 샤갈 특유의 몽환적 화풍으로 프랑스 루브르 광장을 표현했다. 프랑스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매그재단이 샤갈을 위해 제작한 석판화다.
이외에도 파블로 피카소의 선(線)의 미학이 돋보이는 ‘형상’, 중국작가 펑정지에의 아이콘 격인 강렬한 여성 인물화, 세계 무대를 누비는 한국작가 이우환의 명상적 작품 ‘대화’ 등이 전시됐다. 개관전은 8월30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