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배기가 "엄마,엄마" 우는데…베트남부인 무차별 폭행한 남편

상습폭행 못견딘 아내가 영상 촬영
경찰 "보복 우려" 구속영장 신청

윗옷을 벗은 한국인 남편 A씨가 엄마에게 매달린 어린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주여성 B씨를 폭행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여성은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으로부터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특수상해 혐의로 남편 A(36)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오후9시께부터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를 3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때린 혐의를 받는다. 폭행 당시 술을 마신 A씨는 소주병으로도 B씨를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경찰은 5일 B씨의 지인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인이 B씨가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영상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영상은 B씨가 직접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의 상습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가 휴대폰을 아들 가방에 꽂아 침대 맞은편에 세워뒀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분33초 분량의 영상에서 A씨는 B씨의 뺨과 머리·옆구리 등을 마구 때렸다. A씨는 “치킨 와, 치킨 먹으라고 했지. 음식 만들지 말라고 했지? 여기 베트남 아니라고”라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기저귀를 찬 아이가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A씨의 폭행은 계속됐다.

경찰은 “A씨의 폭행이 상습적이고 보복 우려가 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문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7년 발표한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주여성 920명 중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유형으로는 심한 욕설이 81.1%로 가장 많았다. 폭력 위협이 38%, 흉기 위협이 19.9%, 성행위 강요가 27.9% 등으로 집계됐다. /광주=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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