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노동자 철탑농성에…시민단체들 “복직시켜야”

반올림·다산인권센터 “삼성, 노조설립 방해…인권위가 실태 조사해야”

시민단체들이 8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의 노조설립 방해와 관련 인권위에 실태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0) 씨가 서울 강남역 교통 CCTV 철탑에 올라가 ‘정년 전 복직’을 요구하며 한 달가량 고공 농성 중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8일 김 씨의 복직과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다산인권센터 등 66개 단체는 이날 인권위 앞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 괴롭힘, 불이익, 해고 등 노조설립 과정에서 삼성이 자행한 인권침해를 실태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미행, 감시, 격리, 인사상 불이익, 해고 등 많은 부당노동행위와 인권침해를 벌여왔다”며 “1980∼1990년대에는 노조를 만들려는 노동자들을 납치하고, 폭행하고, 안기부로 끌고 가 협박하고, 가족들을 괴롭히고, 금품으로 회유하고, 해외사업장으로 격리하고 성폭력 등 끔찍한 사건을 조작해 해고하는 등 경찰, 노동부, 사법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의 야만적인 무노조경영, 노동탄압, 인권침해는 한국 현대사에 제대로 기록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가가 제대로 기록, 조사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체는 김 씨를 ‘삼성 무노조경영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표현하며 “부당해고와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부당해고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것은 정년 전에 마지막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해외에 진출한 삼성 현지 공장의 노동탄압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삼성은 한국에서의 수법 그대로 해외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해 무노조경영을 관철하고 노조를 와해시키고 해고 및 심각한 인권침해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노조설립 과정에서 벌어진 삼성의 인권침해 관련 실태조사와 제도개선 권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한편 1982년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 입사한 김 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조 설립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복직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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