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전 앵커/사진=SBS 제공
김성준(55) 전 SBS 앵커가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 전 앵커는 체포 당시 지하철역 출구까지 도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몰카 피해 여성의 사진은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이 사건을 맡아 수사 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에 따르면 김 전 앵커는 지난 3일 오후 11시55분께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돼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김 전 앵커가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는 모습을 목격한 시민들이 이 여성에게 몰래 사진이 찍혔다는 사실을 알리고 김 전 앵커를 뒤쫓았다. 피해 사실을 전해 들은 여성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김 전 앵커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8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MBC에 “경찰들이 역에 출동해서 사건 현장에 대해 문의를 하는 동안 (수색 중이던) 경찰관이 (달아난 김 전 앵커를) 2번 출구 쪽에서 발견하고 체포했다”고 전했다. 김 전 앵커는 체포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앵커는 범행 사실을 부인했으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고 MBC는 보도했다.
김성준 전 앵커/사진=SBS 제공
김 전 앵커의 몰카 혐의 입건 소식에 대중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SBS 간판 뉴스인 ‘8시 뉴스’를 진행하며 몰카 범죄를 포함한 여러 사회적 문제에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5월 김 전 앵커가 자신이 진행을 맡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 몰카 범죄와 관련 그가 내놓은 발언이 재조명 되고 있다.
당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던 김 전 앵커는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나온 몰래카메라 또는 무슨 성관계 영상, 이런 게 인터넷에 떠돈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나?”라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이런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다”며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김 전 앵커는 몰카 범죄와 관련한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평생 멍에가 돼서 살아야 하는 고통일 텐데 벌금 얼마 내고 나온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전 앵커는 8일 SBS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측은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전망대’ 측은 이날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김 전 앵커 사건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시사전망대는 김 전 앵커가 진행을 맡아온 프로그램이다.
이재익 PD는 이날 SBS 러브FM ‘시사전망대’ 오프닝 멘트를 통해 “시사전망대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사과의 말씀부터 전해드리겠다”면서 “그간 시사전망대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온 김성준 SBS 논설위원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퇴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사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지금 저는 진행자로 마이크 앞에 앉아 있지만, 얼마 전까지 연출도 하고 또 같은 조직부서 동료로서 죄송하다”며 “부끄럽다. 비난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앵커는 이날 오후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과 가족분들께 엎드려 사죄를 드린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다. 참회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SBS에 대해서도 “누를 끼쳐 조직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경찰은 또 다른 사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김 전 앵커는 지난 1991년에 SBS에 입사 후 보도국 기자를 거쳐 보도국 앵커,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SBS 8뉴스’을 진행하며 신뢰를 쌓은 언론인으로 2017년 8월 이후 논설위원으로 재직하며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 전망대’를 진행해왔다.
김성준 전 앵커/사진=서경스타DB
다음은 김성준 전 앵커의 사과문 전문이다.
김성준입니다.
물의를 빚어서 죄송합니다.
먼저 저 때문에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 분과 가족 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립니다.
그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지만 이번 일로 실망에 빠지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미 전 직장이 된 SBS에 누를 끼치게 된데 대해서도 조직원 모두에게 사죄드립니다.
제 가족과 주변 친지들에게 고통을 준 것은 제가 직접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성실히 조사에 응하겠습니다. 참회하면서 살겠습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