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재벌규탄 순회투쟁단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재벌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9명이 지난주 사용자위원들이 전년대비 4.2% 삭감된 안을 제시한데 반발해 9일 예정된 제10차 전원회의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사용자 측은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주 막바지에 다다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사용자위원들이 삭감안을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금일 예정된 제10차 전원 회의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위원들이 올해 최저임금위 회의에 불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사용자위원들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2일 전원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 병기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가 사용자 측의 요구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에 반발한 게 이유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주 전원회의에서 최초 제시안으로 전년대비 4.2% 삭감된 8,000원을 낸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근로자위원들은 이에 대해 “도무지 어떠한 성의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안”이라며 “안하무인 협상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지금 경제가 국가부도상태에 놓인 것도 아님에도 물가 인상과 경제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550만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모욕이고 최저임금제도의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오후 별도로 모여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부터 11일까지 사흘 연속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동계의 불참으로 또 한 번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의 의결 이후에도 노동부의 최종 고시를 앞두고 이의 제기 등 절차에 최소 20일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 제시에 대해 규탄하며 “경영계가 CEO(최고경영자) 최고임금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바노조, 라이더유니온,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으로 구성된 ‘1:10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EO 최고임금제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면 (경총 사용자 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업의 성과는 CEO뿐 아니라 직원 전체가 이뤄낸 공동의 결과”라며 “성과가 CEO에게 독점되는 현실에서 직원들의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