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서울경제DB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연구개발 (R&D)본부인 남양연구소가 7년 만에 미래 차 조직으로 대개편된다 .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사상 처음 외국인으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오른 후 7개월 만에 단행한 조직개편이다. 연구개발조직의 진용을 산업의 중심이 차가 아닌 자율주행하는 다양한 운송수단으로 분화하는데 맞춰 미래 산업에 대응한다는 것이 현대차(005380)그룹의 전략이다.현대차그룹은 9일 연구개발본부(남양연구소)를 ‘아키텍처기반시스템조직(SBO)’으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본부는 지난 2012년 현대차그룹이 개별 자동차의 품질과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능전문화(FMO)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했다 . 연구개발본부를 최상위에 두고 그 아래에 PM과 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 등을 개별 고직으로 병렬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재개편한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의 연구개발본부는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담당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담당 등으로 단순화된다. 병렬구조로 개별적으로 연구개발을 단행했던 조직에서 제품통합담당·시스템·PM담당 3각 구조로 단순화해 차량 개발에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로 바뀐다. 디자인과 상용담당은 연구개발 본부 내에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다. 조직개편은 BMW 출신으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스포츠세단 G70을 시장에 안착시킨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으로 취임한 지 7개월 만에 이뤄졌다.
새 조직의 핵심은 제품통함개발담당이다. 차의 전체적인 뼈대(아키텍처)와 성능을 개발하는 조직인데 현대차의 연구조직의 중심이 사실상 차에서 미래 차의 영역인 모빌리티로 대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통함담당이 미래 모빌리티 운송기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이에 맞춰 PM은 자동차 등 운송수단, 시스템부문은 섀시와 바디, 전자와 파워트레인 등을 개발하는 구조다. PM 담당은 제네시스와 전기차(EV) 고성능, 소형 등 브랜드와 차가 섞인 혼합구조에서 차에 집중하는 차급구조(경형·소형·준중형·중형·대형 등)로 전환한다. 시스템부문은 개발된 신기술이 다양한 차종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를 직접 운전하는 현재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다.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해 모든 기기가 끊기지 않는 초고속 통신(5G)으로 연결돼 인공지능(AI)으로 자율주행하는 체계다. 평평한 배터리로 채운 운송수단 위에 사무실을 올리면 사무실, 짐칸을 올리면 택배차가 돼 쉬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자율주행차 안에 운송 로봇 등이 자리해 직접 택배를 집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현대차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이 같은 콘셉트를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차에 중심을 둔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서비스(MAAS), 더 나아가 운송서비스(TAAS)까지 확장하는 개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통합개발담당은 모빌리티의 특성을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는 연구개발을 맡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할 기술을 확보하는데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자동차의 품질·신뢰도 향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이번 R&D 조직 구조 개편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 환경과 협업 방식의 변화를 통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