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에 막혀...흔들리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정부 철거 허용 결정 미룬새
강남서 첫 추진 개포동 대청
주민들 "사업 철회" 목소리
"리모델링 적극 권장하면서
정책 뒷받침은 소홀" 지적


서울 강남구 대청아파트 등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아파트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리모델링을 권장하면서도 내력벽 철거 허용 등 핵심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수익성 문제로 등을 돌리는 주민들이 늘어나는 탓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경우 내력벽 철거 없이는 사업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을 당초 올 3월에서 연말로 연기한 상태다.

개포동 대청아파트 외벽에 각 가구 주민이 내건 ‘리모델링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독자

◇ 강남 대청, 강서 부영 등 주민들 잇단 반대 =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사업 추진에 위기를 맞고 있다. 822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수직증축으로 3개 층을 높여 902가구로 변모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계획심의와 안전성 검토를 마치고 사업계획승인 신청접수를 위한 주민동의를 받는 중이다.


하지만 최근 이 단지 주민 중 30% 안팎이 “리모델링 사업을 반대한다”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주민들은 집 베란다에 ‘리모델링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조합은 75%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리모델링 반대 모임 측에서는 822가구 중 최소 217가구(26.4%) 이상이 리모델링 조합 해산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부영아파트도 당초 추진하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수평증축으로 선회하면서 극심한 주민 반발을 맞고 있다. 정부가 수직증축에 대한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수평증축을 택한 것. 하지만 사업성이 악화 되면서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밖에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 최대 단지인 서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도 설계안에 대한 불만으로 사업 철회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정부, “겉으로만 리모델링 활성화” = 리모델링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데에는 정부가 겉으로는 리모델링을 권장하면서도 제도적 뒷받침에는 소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핵심적인 내력벽 철거 허용 문제는 국토부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는 올초 예정했던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결정을 연말로 미룬 상태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사실상 불허하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리모델링 사업에서 부족한 사업성을 만회할 수직증축은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 속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 리모델링 단지들은 추가분담금 부담을 높이면서 그나마 속도가 빠른 수평증축을 택하거나, 제도 개선을 기다리며 사업을 더디게 진행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설계를 하다 보니 집 구조는 이상하게 나오고, 일부 가구는 리모델링을 해도 집 크기가 늘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며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로 했으면 정책도 그에 맞춰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력벽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평면 확장에 큰 한계가 존재한다”며 “최적의 리모델링 시기를 놓쳐 노후화 상태가 방치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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