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직접 챙긴 ‘캄코시티’ 재판에서 캄보디아 재판부가 예보가 아닌 월드시티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예보가 부산저축은행 파산 피해자 3만여명을 구제하기 위해 캄코시티 사업에 묶인 부산저축은행 채권 6,500억원을 회수하는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캄보디아 재판부를 설득하는 작업이 난관을 겪으면서 예보의 채권회수와 피해자 구제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6월28일자 10면 참조

예보는 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월드시티가 예보를 상대로 낸 지분반환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패소했다고 밝혔다. 예보는 2심 재판부의 판결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검찰청의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등과 협조해 캄코시티 시행사 대표이자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이모씨의 국내 송환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이씨가 캄보디아 현지에서 부당한 영향력 행사해 향후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구제를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인 위 사장도 이번 판결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위 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지난해 11월, 올해 3월과 6월 세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를 직접 찾아 캄보디아 정부와 접촉하는 등 캄코시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그는 지난달 열린 창립기념 행사에서도 “공사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6,000억여원을 반드시 회수하고 예금자들에게 꼭 돌려주고 싶다”며 회수 의지를 다졌다. 예보 관계자는 “9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열린 재판에서 캄보디아 재판부가 월드시티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며 “재판 결과에 불복하며 대법원 상고심을 꼼꼼히 준비하는 한편 3만8,000여명 피해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캄코시티 사업 정상화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 패소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의 구제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예보가 2016년과 2017년 대여금청구소송과 대한상사중재판정 등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으며 대출채권 집행권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예보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이씨가 사업에서 예보 영향을 벗어나기 위해 예보의 지분을 반환하는 청구 소송”이라며 “6,5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이 소멸하거나 회수가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캄코시티 재판 결과에 불만족을 드러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 기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캄코시티) 재판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게 나왔다”며 “앞으로 계속 예보가 이에 대응해나갈 예정이고 금융위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캄코시티는 한국인 사업가 이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건설을 추진하려던 신도시 사업이다. 이씨는 국내법인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를 두고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월드시티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이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 2,369억원을 빌려 사업 추진을 강행했지만 해당 사업은 2010년 분양 저조 등으로 중단됐다. 저축은행들이 줄도산한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마저 파산하면서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했다. 현재 캄코시티 재판은 1심과 2심을 수차례 오가며 5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