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메이저' 윔블던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대회 지향
100% 재활용 페트병에 생수 공급
음수대 100개 설치·앱으로 안내
대표 간식 '스트로베리앤드크림'
포장용기까지 친환경 소재 사용
라켓 비닐 제거·공은 추후 재활용

윔블던의 대표 간식인 스트로베리앤드크림. 올해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팔리고 있다. /출처=테니스월드

에비앙은 100% 재활용 페트병으로 윔블던에 생수를 공급한다. /출처=에비앙 트위터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가르비녜 무구루사. 재활용 소재로 만든 유니폼을 입고 경기했다. /신화연합뉴스

대회 중반을 넘어서면서 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영국의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올해 들어 작지만 큰 변화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877년 처음 열린 윔블던은 4대 메이저(그랜드슬램 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 코트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올 화이트’ 드레스코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보수적인 대회다. 하지만 ‘환경’에 있어서는 어떤 대회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윔블던 조직위원회가 최근 들어 내세운 대회의 최우선가치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조직위는 지난해 전문 컨설턴트에 의뢰해 대회 전반을 분석·검토한 결과 에너지·수송·식음료·폐기물의 4대 테마를 선정했다. 현재 대회 관계자는 물론 관중과 선수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향해 한 배를 타고 있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는 대회다. 관중과 선수들이 사서 마시거나 증정받는 대회 공식 생수의 페트병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생수 후원사인 에비앙은 페트병 로고를 아예 ‘나는 재활용합니다(I recycle)’로 바꾸고 오는 2025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의 페트병만 공급하기로 했다. 폐막일인 오는 14일(이하 한국시간)까지 2주간 42만개의 물병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전까지 금속이나 불투명한 용기 반입을 입구에서 막았던 윔블던은 올해부터는 허용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개인 물병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장 시설 곳곳에 100개의 음수대를 설치했고 가장 가까운 음수대 위치를 대회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딸기에 크림을 끼얹고 설탕을 뿌린 ‘스트로베리앤드크림’도 재활용 플라스틱이 70%인 용기에 담겨 지속가능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스트로베리앤드크림은 매년 평균 16만6,000개씩 팔리는 윔블던의 대표 간식이다. 포크와 스푼, 대부분의 음료 컵도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코트에서는 비닐이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느슨해진 줄을 다시 맨 라켓을 선수에게 제공할 때 비닐포장에 씌웠으나 올해는 포장을 없앴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사용되는 비닐백이 4,500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켓 포장 제거는 선수협회 부회장인 케빈 앤더슨(남아공) 등 선수들도 제안해온 것이라 올해 윔블던을 시작으로 투어에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 가르비녜 무구루사(스페인) 등은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가 제작한 재활용 소재의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해 대회에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대회 기간 쓰인 공은 윔블던재단을 통해 1파운드(약 1,400원)에 재판매되거나 학교나 필요한 기관에 기부된다.

지난해 2주간 47만5,000명의 기록적인 관중이 찾은 윔블던은 올해도 흥행 전선이 심상치 않다. 관중이 많아질수록 윔블던이 내세운 지속가능의 가치는 더 빛을 발하게 된다. 관중의 쓰레기 분리배출을 돕기 위해 별도 직원까지 배치한 윔블던 조직위는 잔디깎이 기계를 전기 충전식으로 교체했고 관중의 80%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고 있다.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는 반드시 시동을 끈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AELTC)은 지난달 유엔기후변화협약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리처드 루이스 AELTC 회장은 “윔블던이 현재와 미래를 위한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9일로 대회 남자단식 8강이 확정됐다.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페르난도 베르다스코(37위·스페인)와,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샘 퀘리(65위·미국)와 4강 티켓을 다툰다. 세계 3위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니시코리 게이(7위·일본)를 상대한다. 돌풍의 주인공인 15세 코리 가우프(313위·미국)는 시모나 할레프(7위·루마니아)에게 0대2로 져 여자단식 16강에서 탈락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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