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는 불참하며 3주째 최고위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기득권 양당 체제와 작별해야 한다”며 “오로지 민생과 경제만 생각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태동과 구축에 힘을 보태달라”고 역설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평화당 분당을 코앞에 두고 ‘제3지대론’에 대한 명분 쌓기로 풀이된다. 전날 유 원내대표는 정동영 대표가 박주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한 것에 반발해 최경환 의원과 함께 3주째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당내 주요 정책을 논의해야 할 최고 회의 기구가 사실상 멈춘 셈이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신당 창당의 뜻을 공식화하면서 평화당은 사실상 분당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평화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려 당의 노선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정 대표를 필두로 한 당권파는 평화당 스스로 자립하자는 자강론을, 유 원내대표를 위시한 비당권파는 바른미래당과의 화학적 결합을 추구하는 제3지대론을 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비당권파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탈당 및 신당 창당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본회의 연설을 두고 당의 공식 목소리인 논평에서조차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바미스럽다”고 했지만 비당권파인 장정숙 원내대변인은 “경청할 만한 연설”이라는 등 서로 다른 평을 내면서 당 내홍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는 신당 창당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이 “개인적인 뜻”이라면서도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과 논의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2일에도 유 원내대표를 포함해 천정배·박지원·장병완 의원 등 평화당 비당권파 의원들은 밤샘 토론을 갖고 ‘제3대안세력을 위한 모임’을 출범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창당 시기에 대해 “아직 결정은 안 됐다”면서도 7월 창당설에는 “그래야 할 것 같다”며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라 한없이 정 대표를 설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평화당이 정당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오는 8월15일 전에 분당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평화당이 둘로 갈라질 경우 내년 총선 구도는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