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입생로랑’ 화장품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허세민 기자
◇“샤넬 백 못 사면 샤넬 립스틱이라도”…고가 수입 브랜드로 몰리는 소비자들= 9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올해 상반기(1~6월) 화장품 매출성장 상위 ‘톱 5’ 브랜드를 집계한 결과 해외 브랜드들이 모두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3사 공통으로 가장 성장세가 높았던 브랜드는 ‘샤넬 뷰티’였다. 샤넬 뷰티는 명품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로 올 상반기 A 백화점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15% 신장했다. 샤넬 뷰티의 인기는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색조 화장품까지 넘나들었다. 한 통에 15만원이 넘는 기초 화장품 ‘르블랑 크림’과 ‘루쥬코코 립스틱’은 일부 백화점에서 초도 물량이 품절될 정도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가방이나 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샤넬, 디올 등 인지도 높은 명품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해외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들도 고속 성장 중이다. 일명 ‘갈색병’이라는 효자상품으로 잘 알려진 ‘에스티로더’가 A백화점에서 올해 상반기 거둔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했고, ‘레티놀 세라마이드 캡슐’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아덴’은 같은 기간 약 55% 성장했다. B백화점에서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끌레드 뽀 보떼’, C백화점에서는 ‘라메르’와 ‘시슬리’ 등이 매출성장률 상위 5위권에 포함됐다.
◇고가 수입과 중저가 국산에 끼인 K-뷰티 ‘빅2’의 좁아지는 입지= 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펄펄 날고 있는 것과 달리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초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상반기 A백화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었고, LG생활건강의 ‘빌리프’와 ‘숨37°’은 각각 15%와 8%씩 매출이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대표 한방 브랜드 ‘후’는 매출증가율이 0.2%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성장이 둔화된 백화점에서의 매출 감소분을 면세점에서 보완하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의 백화점 구매가 줄어든데다 소비 양극화로 초고가와 초저가 브랜드 사이에 위치한 브랜드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 외에 헬스앤뷰티(H&B)스토어에서는 중소기업의 가성비 좋은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고가 해외 브랜드를 구매하고, 올리브영과 같은 H&B스토어에서는 저렴한 화장품을 구입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중소기업 화장품들이 대거 입점한 올리브영의 경우 올 상반기 기초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마땅한 색조 브랜드 없는 국산 화장품= 색조 제품이 강한 해외 브랜드와 달리 기초 화장품 위주로 구성된 국내 브랜드의 제품 구조도 경쟁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표 색조 브랜드가 부재한 가운데 맥·바비브라운·입생로랑·메이크업포에버 등 글로벌 색조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명품 기반의 수입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은 틴트, 립스틱 등을 주력으로 내세우며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출시된 입생로랑의 ‘베르니 아 레브르 워터 스테인’도 ‘워터 틴트’라는 별칭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C백화점이 뽑은 상반기 매출성장 상위 브랜드에는 일본의 색조 브랜드 ‘나스’가 이름을 올렸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