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과연 집값을 잡는 데 효과적일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규제가 풀리면 곧바로 누른 만큼 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되레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까지 꺼내며 사실상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현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시행됐다. 청약가점제와 같이 시작하다 보니 건설사들이 제도 적용을 피하려고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어났고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집값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사고자 하는 대기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자 그동안 누적된 수요를 공급량이 견디지 못하고 집값이 급등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청실아파트 재건축)’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는 상한제를 적용받아 2013년 10월 전용 84㎡가 10억~11억원에 분양됐지만 현재는 가격이 25억원에 달한다. 6년가량 만에 집값이 15억원이나 급등했다. 서초 래미안에스티지 전용 83㎡은 10억원 수준에서 분양됐는데 현재 시세는 20억원을 넘어 두배가 뛰었다.
분양가 상한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른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축소되면서 신축아파트가 점점 귀해져 청약 시장에 수요자가 몰리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워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양가 통제는 집값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참여정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이번 정부에서 부활했다. 참여정부에서 도입한 종부세는 이번 정부에서 세율이 더 강화됐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은 더 축소돼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 정부가 공급확대에도 힘쓴다고 얘기는 하지만 수요가 높은 재건축·재개발은 옥죄고 있는데다 참여정부 때처럼 규제 정책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어 집값을 잡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