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사전협의도 없이 자위대 불러들이려는 美

유엔사에 '日 전력제공' 추진
국방부 "6·25 참전국아냐" 반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의 일장기와 도로 건너편의 유엔기 모습 . /연합뉴스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에 일본과 독일을 ‘전력제공국’으로 포함시키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일본이 유엔사에 포함될 경우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4면

이날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정보공유, 상호 운용성, 통합 훈련 및 전략 기회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전력제공국 및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들과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사가 위기 시 일본을 통한 전력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같은 의견을 지닌 국제 파트너’에 일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전략 다이제스트에 ‘일본과의 전력 지원 계속’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엔사를 동북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동맹 움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미국의 전력은 줄이면서도 동맹국의 협조는 최대한 이끌어내 동아시아 군사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 유엔사는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유엔사의 성격을 ‘다국적군 통합체제 기반 구축’으로 규정했다.

다만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 재무장까지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한 우려가 깊은 상황에서 일본이 전력제공국으로 포함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한데다 역사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한국과는 경제보복과 초계기 저공비행 사건 등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국민 반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엔사 참모요원(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경우에는 당연히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며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국민들의 대일 감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국방부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1950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3호·84호에 따라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 국가”라며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사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고, 이에 대해 논의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美 ‘동북아판 나토’ 구축 포석...한반도 안보 새 불씨되나

[유엔사에 日 전력 제공 추진]

“유엔사 후방기지 갖고 있는 日 역할 분담 확대 추세”

美, 日참여로 한반도에 다국적 군사동맹기구 띄우기


北·中·러 반발 불보듯...한일관계도 더 꼬일 가능성


일본군이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될까.

주한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할 국가에 일본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과 의도, 가능성이 주목된다. 우리 국방부는 관련 보도에 즉각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진위가 무엇이든 이 문제는 사태 추이에 따라 우리 사회 내부의 논란은 물론 국제적인 반발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거리를 제공한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란 군 홍보물의 일종. 우리나라로 치면 육군의 4성급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발간한 연간 간행물이다. 마지막 장에는 ‘미국 정부나 국방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있다. 일개 부대에서 발행한 연간 홍보물이 뉴스의 눈으로 부상한 것은 민감하고 동북아의 장래까지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핵심 내용은 ‘군사작전이 필요한 경우 국제적 일원들을 결집하고, 사령부로의 다국적군 통합을 위한 기반 체제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다자간 참여를 조율하겠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유엔사를 다국적군 통합군체제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비록 일개 야전군의 발행물에서 제기된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이 같은 구상은 국내외에서 두고두고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국내에서 복잡하게 얽힌 매듭이 더 꼬이게 생겼다. 난마처럼 얽힌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지만 국내 일부 보수 성향의 군사 전문가들의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논의의 진전에 따라 전시작전권 전환을 늦추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반대 진영에서는 외국 군대의 추가 주둔 또는 주둔 성격 변화에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국론이 갈라지는 모양새가 예상된다.

그러나 마냥 도외시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추진 주체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능성과 전시작전권의 한국군 전환이라는 상황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와 분리된 독립기구를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에 일본 등 다수 국가를 참여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어 책임을 분담하고 동북아의 중심인 한반도에 미국 위주의 ‘다국적 군사동맹기구’를 띄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후자의 경우 주변국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러시아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다국적 군사협력체가 동아시아에 구축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반발은 불문가지다.

국방부가 11일 이례적으로 신속히 입장을 밝히고 일본의 유엔사 참여에 선을 그은 것도 이런 파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방부가 일본에 품고 있는 불신감도 즉각적인 대응의 원인으로 보인다. 최근 한일 레이더 갈등은 물론 지난 2015년 일본의 방위지침개정 당시 국방부는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려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무성의한 태도와 무답변으로 일관해 불신을 샀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추진된 시기부터 유엔사의 일본 역할 분담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왔다”며 “유엔사의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일환으로 유엔사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이 틈을 일본은 동아시아 군사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전략적 도발을 강하게 내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기 위해 군사동맹을 전환시키고 있다”며 “가뜩이나 악화한 한일관계에서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 전환이 한국으로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이런 구상은 일개 군 사령부 차원의 제언과 분석에 불과하지만 거리 측정용으로 가장 약한 잽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잽과 스트레이트, 훅이 날라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권홍우선임기자 송종호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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