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 혁신을 선언하며 등장한 모빌리티 업체들이 기로에 서게 됐다. 정부의 ‘택시·플랫폼 상생방안’이 다음주 초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택시 업계는 ‘타다’를 운영하는 VCNC를 향해 “타다 베이직을 택시 기반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렌터카 영업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출퇴근 2시간씩만 운행이 허용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자 카풀 스타트업은 사업 전면 재검토 또는 해외진출 모색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국내 환경에서는 구상했던 사업모델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을 렌터카가 아닌 택시 기반 영업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택시기사들이 자신이 보유한 면허권을 갖고 타다 베이직을 운행하는 방안이다.
조합 관계자는 “타다가 상생안에 동의할 의사가 있다면 조합에서도 협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노란 번호판(택시 등 영업용 차량)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개인택시기사가 승합차를 구입해 액화석유가스(LPG)로 개조해 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운행을 시작한 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 확대에도 조합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조합은 타다 프리미엄에 합류한 기사들을 제명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다만 타다 프리미엄 등이 늘어나는 만큼 렌터카 기반의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조합 관계자는 “타다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택시와의 상생이 중요하다”며 “타다 프리미엄이 늘어나는 만큼 렌터카 영업을 줄이고 결국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택시 업계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VCNC 측은 “택시 업계와 접점을 찾기 위해 협의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열리는 것은 환영”이라면서도 “다만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상황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입장을 전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일단 택시 업계의 대화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택시 업계는 타다 서비스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며 ‘타다 퇴출’ 집회를 이어나갔다.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이해관계가 다른 양측이 여러 방안을 두고 논의하면 합의가 될 것”이라며 “개인택시 업계에서 움직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타다(VCNC)가 이에 응해 대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제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VCNC가 그 제안을 수용한다는 것은 렌터카 기반의 타다 베이직 사업구조를 아예 바꿔 사실상 플랫폼 대형택시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택시 업계가 타다에 협조하는 대신 렌터카 기반 영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다음주 중 발표될 상생안이 택시를 중심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상생안은 택시 총량(25만대) 안에서 국토부가 매년 1,000대의 면허를 구입해 모빌리티 업체에 월 40만원가량의 기여비용을 받고 대여해주거나 부족한 부분은 업체가 면허권을 아예 사들이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모빌리티 업계로서는 자본력을 갖추거나 택시와 협업을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택시 업계와 플랫폼 택시를 준비하는 카카오(035720)모빌리티다. ‘웨이고 블루’를 운영하는 타고 솔루션즈와 ‘마카롱 택시’의 KST모빌리티 등 프랜차이즈형 택시 업체들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밖에 글로벌 승차공유 1위 우버의 경우 지난 4월 우버택시를 시작한 후 개인택시기사에게 플랫폼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가입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와 비슷한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 차차크리에이션 역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자사 주식을 최대 50%까지 나누고 함께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택시가 아닌 일반 승용차를 기반으로 운행하는 카풀 스타트업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출퇴근 2시간씩만 영업하는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대로 제한된 하루 4시간 영업으로는 회사는 물론 드라이버 역시 수익을 낼 수 없다. 사실상 국내에서 카풀 서비스는 물 건너간 셈이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카풀 스타트업인 풀러스의 경우 사업 재검토에 돌입했다. 풀러스 관계자는 “정부가 카풀보다는 택시를 통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디고’를 운영하는 위츠모빌리티 역시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것을 알려졌다. 위츠모빌리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 라이선스를 획득하기도 했다.
/권경원·백주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