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나만의 냉장고' 조합만 2만2,000개…화장품·와인·피자도 내 스타일대로

■ 비스포크의 진화 어디까지
삼성 '프로젝트 프리즘' 앞세워
개인 맞춤형 가전 새 시장 창출
LG는 '오브제'로 가구와 융복합
패션·유통社도 '취향저격' 활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마련된 체험공간 ‘프로젝트프리즘’ 내 ‘신혼부부의 거실’ 콘셉트. /사진제공=삼성전자

# 올 9월 이사를 앞둔 30대 남성 박중기씨. 삼성전자의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 광고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에 맞춰 고민하던 박씨에게 다양한 색깔과 소재의 도어를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는 선뜻 지갑을 열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언뜻 ‘맞춤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가전 업계에도 최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맞춤형 가전을 강조한 쪽은 삼성전자. 삼성은 지난달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 가족 규모, 주방 형태 등에 따라 용량과 기능·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비스포크는 맞춤형 양복이나 주문제작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4도어 냉장고는 물론 2도어, 1도어 제품을 냉동·냉장·김치냉장 등 필요한 기능과 용량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도어는 코타메탈, 부드러운 광택의 무광 글래스, 화려한 느낌의 유광 글래스 등 세 가지 트렌디한 소재에 화이트·그레이 같은 기본 색상은 물론 네이비·민트·핑크·코럴·옐로 등 개성 있는 색상을 고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비스포크 냉장고는 총 2만2,000여개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삼성전자 CE 부문 사장은 “생산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생산·공급 프로세스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며 “기존 제품 대비 가치를 높이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시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외에 다양한 맞춤형 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단조로운 백색 광선을 갖가지 색상으로 투영해내는 프리즘처럼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가전을 출시하겠다는 ‘프로젝트 프리즘’ 비전을 선언하면서다. 이에 앞서 ‘취향 존중 스크린 시대’를 열겠다며 개성 강한 TV 3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바일 콘텐츠 등을 세로로 볼 수 있는 ‘더 세로’, 가구와 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더 세리프’, 벽에 걸린 액자처럼 보이는 ‘더 프레임’ 등이다.

LG 오브제로 꾸민 침실

LG전자(066570) 역시 지난해 11월 프라이빗 가전 브랜드 ‘LG 오브제’를 론칭하고 가습 공기청정기, 냉장고, 오디오, TV 등 4종의 제품을 출시했다. 가전과 가구를 결합한 융복합 가전을 지향해 가구처럼 원목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소재를 선택해 주문하면 제작까지 3주가량 소요된다. 원목을 가전에 접목하는 것이 새로운 시도인 만큼 개발 과정도 색달랐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가전을 품은 가구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가구 트렌드 및 소재에 대한 심층 조사는 물론 최적의 원목 선정, 우수한 원목 확보를 위한 가공방법까지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1위 맞춤형 화장품 업체 ‘톤28’ 제품./사진제공=톤28

‘개인화’ 소비 시대에 맞춰 소비자의 다양한 개성을 충족시켜야 하는 유통 업계에서도 앞다퉈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뷰티 업계는 맞춤형 화장품에 꽂혔다. 내년 3월 맞춤형 화장품 제도의 본격 시행에 앞서 각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채비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50억원도 채 되지 않지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대기업뿐 아니라 ‘톤28’ 등 스타트업까지 가세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유로모니터 등 시장조사기관도 올해부터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 추산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뚜렷한 강자가 없는 만큼 차세대 뷰티 먹거리로 꼽히기도 한다. 대기업 화장품 업체의 한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은 색조보다는 기초 제품에 적합한데 색조 브랜드가 약한 K뷰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리브영도 최근 피부 고민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론칭해 현재 200여개 매장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트서플라이 한남점 지하1층의 MTM 공간./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 업계도 다양한 가격대에서 맞춤형 의류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 2월 론칭한 맞춤형 셔츠 ‘저스트 사이즈’가 좋은 반응을 얻자 점차 제품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도 맞춤형 서비스로 2030 남성 고객을 사로잡았다. 슈트뿐 아니라 재킷·코트·팬츠·셔츠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만을 위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유통 업체도 맞춤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이 올 2월 프리미엄 편집숍 ‘분더샵’에 론칭한 맞춤 셔츠 브랜드 ‘카미치에’는 목표보다 30%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원단, 개별 시뮬레이션 서비스, 맞춤제작 공법 등으로 ‘옷 좀 입는 남자’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매장에 없는 와인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한 뒤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결제하는 ‘스마트 오더 서비스’를 선보였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주문할 수 있어 매장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식음료 업계도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맞춤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2015년 업계 최초로 모바일 DIY 주문 서비스 ‘마이키친’을 출시한 후 충성 고객의 주문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는 앱을 통해 직접 도우와 토핑·소스 등을 재료 리스트에서 골라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으며 손가락으로 도우를 펴고 스마트폰을 흔들어 토핑을 올릴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만든 레시피 공유가 가능하며 다른 사람이 만든 레시피로도 주문할 수 있다.
/박효정·변수연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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