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물놀이를 하다 물이 들어간 귀를 자꾸 만져 외이도(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2.5~3㎝)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이도염은 오염된 물을 통해 귀에 균이 들어가거나 외이도의 산도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손으로 만지다 상처가 생겨 발생한다.
외부 세균들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여서 자체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깨지면서 균이 들어가 발생한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쉽게 발생하며 당뇨병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먹는 등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면 더 쉽게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가렵고 약간 쑤신 정도지만 점차 통증이 발생한다. 심하면 입을 벌리거나 음식을 씹을 때 통증으로 음식을 먹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귓구멍이 부으면서 귀에서 물이 나오기도 한다. 가렵다고 귀를 후비면 더 붓고 악취·진물이 나고 청력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비인후과에서 1주일 정도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된다.
수영장·계곡에서 귓속으로 들어간 물은 가만히 놔둬도 별문제가 없다. 물을 빼낸다고 면봉으로 후비는 것은 좋지 않다. 물이 들어간 귀를 옆으로 기울이고 그쪽 발로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헤어드라이어의 찬 바람을 쐬어 말려주는 게 효과적이다. 만성 중이염으로 고막에 구멍이 있는 상태에서 물놀이를 하다 오염된 물이 귀로 들어가면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럴 때는 귀마개를 해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야외 활동을 하다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벌레가 귀에 들어가 움직이면 통증이 생겨 고통스럽다. 병원에 오기 전 주변 사람들이 귀에 불을 비추면 벌레가 귓속으로 더 기어들어가 통증은 더 심해진다. 빨리 이비인후과로 가서 벌레가 있는지 확인하고 물·오일류를 이용해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귀는 손을 대면 댈수록 병이 잘 생기므로 가능한 한 손을 안 대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이염 환자들은 귀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은 감기에만 걸려도 중이염이 쉽게 발생한다. 귀가 먹먹하다고 표현하거나 TV를 볼 때 음량을 계속 올리고 귀를 계속 손으로 만지는 증상이 있으면 이비인후과를 찾아 귀 상태를 체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